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2만 달러 시대'를 향해, '복지국가'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가.
이 물음에 우리는 선뜻 'Yes'라고 답할 자신이 없어진다.
오히려 지역갈등, 보혁갈등, 세대갈등으로 혼란스러울 뿐 미래의 청사진이 안보이는 현실에서 불안감과 답답함을 느끼게 된다.
해외에선 "한국이 길고 어두운 터널 앞에 와 있다"고 진단하기도 한다.
우리가 멈칫거리는 사이 지구촌의 다른 나라들은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재도약을 향해 일어서고, 일류국가로의 시동을 걸고, 전속력으로 질주하고 있다.
뭔가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만 할 때다.
그런 점에서 해외 각국은 어떤 비전을 갖고 있고, 그 실현을 위해 정부와 국민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를 눈여겨보는 것도 의미있을 것이다.
해외 지성들의 자가진단과 분석, 그리고 우리가 보는 그 나라를 통해 각국의 움직임을 살펴본다.
* * * * * * *
9.11테러로 막을 올린 21세기가 여전히 불안한 가운데 세계는 표류하고 있다.
동아시아에서도 '내일의 안정'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한.중.일 3국의 긴밀한 협력과 단단한 유대가 필요하다.
물론 미국의 동아시아 지역에 대한 적극적인 관여도 필수조건이다.
일본은 동아시아의 모든 나라들이 다함께 평화와 번영을 누릴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이같은 큰 목적을 위해서는 일본이 지금보다 훨씬 더 노력해야 할 책임이 무겁다고 할 수 있겠다.
일본은 동아시아 국가 중에서도 가장 일찍 1960년대부터 70년대에 걸쳐 고도성장을 계속했으나 80년대 들어 버블경제로 인해 교만에 빠지고 말았다.
지난 1990년대 초순, 그 버블이 깨어지는 바람에 일본경제는 길고도 긴 침체기로 들어섰고 '잃어버린 10년'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가 됐다.
많은 기업들이 문을 닫았으며, 회사원.노동자들도 거리로 쫓겨나 일본사회 전체가 내일을 예측할 수 없는 불안감에 휩싸여 있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최근 일본경제에 점차 회복기미가 보이기 시작하고 있다.
지난 2월, 2003년 10월부터 12월까지 3개월간 국내 총생산(GDP)의 실질 성장률 7%라는 발표가 나온 이래 경기회복을 뒷받침하는 지표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호조를 보이는 수출의 영향으로 설비투자도 증가경향이 감지되고 제조업을 중심으로 기업들은 움직임을 시작했다.
주가 추이도 회복경향을 보였고, 금융불안이나 디플레 압력은 조금씩 후퇴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회의 2004년도 예산안 심의에서조차 추가 경기대책 같은 안건은 초점이 되지 않을 정도이다.
일본경제의 재생에 큰 힘이 되는 요인 중의 하나는 중국과의 경제교류 진전이었다.
중국은 개혁.개방정책을 시작한 지 20여년. 그동안 맹렬하게 경제건설을 추진하여 지금은 '세계의 공장'이라 불릴 정도로 과거 한국이나 일본의 고도성장기를 방불케 하고 있다.
적어도 오는 2008년 베이징(北京) 올림픽, 2010년 상하이(上海) 만국박람회까지 이 기세는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중.일 양국간의 무역규모는 최고액에 달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사회 전체를 본다면 아직 안심할 수 없다.
특히 고용문제의 불안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일본 총무성이 지난 3월말 발표한 노동력조사에 의하면 완전실업률은 5%로 1월과 변함없이 평행선을 이루고 있다.
현재 일본사회에서 연금문제는 국민들의 높은 관심을 끌고 있다.
일본의 약 1억2천만 인구 중 65세 이상이 20% 가까이 점하고 있는 반면 젊은 층에서는 공적연금제도에 대한 불신감이 높아져 가고 있는 상황이다.
또 이 문제는 국가재정 측면에서도 불안한 모습을 노출, 향후 일본경제에 있어서 마이너스 요인이 되고 있다.
여기서 중국과 일본의 관계로 눈을 돌려보자. "경제는 뜨겁게, 정치는 차갑게"라는 말이 있다.
중국은 지난 1900년대 중반 급격한 군사력의 팽창에 따라 주변국들에게 '중국위협론'을 불러일으키기는 했었으나 지금은 경제건설을 위한 안정된 국제환경을 필요로 하고 있다.
지난 2월의 6자 회담에서도 보았던 것처럼 중국은 동아시아지역의 안전보장을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중.일 양국 수뇌의 상호방문은 2001년 이래 두절돼 있다.
밀접한 경제교류에 비추어 전체적인 관계개선을 추구함으로써 중.일 양국 수뇌의 신뢰관계 구축을 앞당기지 않으면 안된다.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과 일본과의 관계를 보면 일본은 ASEAN의 발전에 오랫동안 기여해 왔으나 지금은 중국이 ASEAN에 적극 공세를 펼치며 접근하고 있고, 자유무역협정(FTA)에 있어서도 기선을 잡고 있다.
일본은 싱가포르와의 협정에 이어 올해는 태국.필리핀.말레이시아와 내년에는 한국과의 FTA체결을 계획하고 있다.
최근 ASEAN 정상회담에서는 한.중.일 3국 수뇌가 참가하는 'ASEAN 플러스3'이 정착되어 동아시아 발전을 위한 협의가 추진되고 있다.
동아시아 각국과 지역민들의 목표는 '공존공영의 공동체'를 구축하는 것이다.
정치.경제.안전보장만이 아니고, 지난해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 증후군)가 유행했을 때 각국의 감염방지대책 등에서 보였던 것처럼 동아시아 전체에서 모든 부문의 협력체제 확립이 요구되고 있다.
일본은 언제나 '인간의 안전보장'을 호소해 왔다.
일본은 이제 동아시아 각국과의 협조체제를 구축하면서 정치적 측면만이 아닌 '인간복지'의 관점에서도 독자적인 외교를 전개할 필요가 있다.
요시다 마사야 도쿄신문 논설위원
(사진) 오랜 불황에 빠져있던 일본경제가 최근들어 회복 기미를 보이면서 일본국민들의 여행도 늘어나고 있다.(나고야역 신칸센 개찰구 부근) 박순국 기자 tokyo@imaeil.com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홍준표, 정계은퇴 후 탈당까지…"정치 안한다, 내 역할 없어"
[매일문예광장] (詩) 그가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 / 박숙이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세 번째 대권 도전마저…홍준표 정계 은퇴 선언, 향후 행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