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요 '반달'의 작가 윤극영(1903-1988)씨가 1950-60년대에 쓴 시가 월간 '현대문학' 5월호에 처음 공개됐다.
윤씨의 둘째며느리 이향지(62) 시인이 보관하고 있다가 이번에 '현대문학'에 공개한 시는 '탓' '과제' '사랑' '도시' '충격' 등 다섯 편.
"어저께 밤송이가 떨어졌다"로 시작하는 '탓'은 1956년 10월 13일에 쓴 것으로 기록돼 있다.
"어저께 제트기가 구름살을 폈다/오늘쯤 탄두를 문 가마귀가 지나갔는지 모르겠다//단번에 불바다가 되어 새까매지고/하나도 없는 지구 위에 낯모를 신교들이 들어섰다기로//그것이 바루 하늘 탓은 아니다"로 끝나는 이 시는 전후의 피폐해진 시대상을 연상시킨다.
'과제'는 "날아가다 떨어지는 내 체중이 문제다"로, '충격'은 "바루 나의 정면에 카렌다가 붙어 있다"라는 매우 도발적인 문장으로 시작되는 등 윤씨의 다양한 시적 실험을 엿볼수 있다.
"사랑은 하품 속에 숨어서 반짝이는 것"이라고 표현한 '사랑'에는 참신한 이미지가 반짝거리고, "벌집-군중의 벽력이, 통로가 잘리는 채로, 무인도의 피바다를 연출도/하리라"로 이어지는 '도시'에는 현실참여적 열정이 넘친다.
이향지 시인은 "시아버지는 6.25 이후부터 시를 써온 것으로 보이며 1956년부터 1971년까지 쓴 시는 날짜가 기록돼 있지만 나머지는 미완성 작품으로 생각했는지 날짜를 붙여놓지 않았다"면서 "생전에 시집을 발표하지 않은 것은 동요작가로 너무 이름이 알려져 다른 분야에 뒤늦게 끼어들고 싶어 하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시인은 "그러나 시아버지는 돌아가실 때까지 오랜 기간 시를 써왔다"면서 "시아버지의 미발표시 320여편을 발굴, 이 가운데 264편을 '윤극영 전집'에 공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집에는 그동안 작사가 미상으로 알려졌던 윤씨의 동요 '할미꽃'을 월북작가 박팔양의 작품으로 밝히는 등 틀린 가사와 악보 등을 바로잡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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