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자격증 유학 붐

교육은 지식과 교양, 고상한 품성을 지닌 선량(善良)으로 키우고 이끄는 게 근본 목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낡은 교육방법으로 '지식인'을 양산하고 있으나 자기 지식을 가지고 교양과 품성을 활용할 수 있는 '지혜인'을 길러내지는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우리나라의 교육제도나 여러 가지 여건에 불만을 품고 고품질 교육을 받겠다고 외국으로 떠나는 행렬이 길어지고, 교육 이민이 날이 갈수록 늘어나는 것도 그런 이유와 깊은 함수관계를 가지고 있다고 봐야 한다.

미국 등 선진국의 학업방식은 창조력과 문제 해결 능력의 배양을 가장 중시한다는 점도 주지의 사실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교육관에는 분명 문제가 있다.

제구실을 못하는 대학들이 너무 많은 까닭도 여전히 유교적 권위의식에 사로잡혀 체면과 간판을 중시하는 분위기 때문이 아닐까. 대부분의 부모들은 자녀들이 좋은 대학에 입학만 하면 어느 정도 성공한 인생이라고 여기지만, 선진국들은 좋은 대학에 가기보다 자기 스스로 원하는 일을 찾고 그 일을 위한 능력을 키우는 게 교육의 목표라 한다.

▲요즘 해외유학이 '학위 따기'에서 '자격증 따기'로 바뀌고 있는 모양이다.

힘들게 학위를 받아 와도 취직이 어려워 일자리에 직접 도움이 되는 '실리' 추구 추세 때문이다.

서울의 한 유학원의 경우 어학연수자의 70~80%가 자격증 과정을 함께 준비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그 분야도 천차만별이다.

특히 프랑스 파리 요리학원 '르 코르동 블루'의 1학기 수강생은 22%가 우리나라 사람이라고 한다.

▲자격증 유학의 급증은 대학 전공 학위만으로 직업을 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제 구조조정을 서두르는 대학들도 없지 않지만, 대학의 일률적인 인재 공급이 사회의 다양한 직업 수요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는 탓이기도 하다.

하지만 해외에서 딴 자격증이 국내에서의 자리를 보장해주는 건 아니다.

그 나라에서는 인정되지만 국내에선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고, 일부 자격증 소지자는 이미 포화상태여서 유행을 좇아가면 낭패를 볼 수 있을 게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유학 선호에는 문제가 없지 않은 것 같다.

선진화된 교육을 받겠다는 이유와 '나도 유학'이라는 허영심이 보태져 있다는 지적은 이미 어제오늘 나온 게 아니다.

우리나라의 교육이 국제 경쟁력을 높이고, 일자리와 연결될 수 있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하는 게 최우선이겠지만, 유행병처럼 번지는 유학 붐은 자제돼야 하지 않을까. '자격증 유학' 붐을 나무랄 수만은 없지만, 이제 '유학 가면 성공할 수 있다'는 막연한 환상에서 깨어날 때가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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