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대진단-(3.끝)담론에 대한 비판

"2002년 대통령 선거, 17대 총선을 거치면서 세대 문제가 한국사회를 진단하는 중심담론으로 등장했지만 세대 문제를 지나치게 과장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봅니다".

세대 변수가 한국의 정치지형을 잇따라 바꿔 놓음에 따라 우리 사회의 세대, 세대간 인식차, 세대간 이념차 등 세대 문제에 대한 논의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박길성(朴吉聲.47)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국사회에서 세대 논의가 매우 중요하고 실체를 지닌 개념인 것만은 분명하다고 전제하면서도 세대 논의가 과도하게 과장된 측면 또한 부인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386.N세대 새 화두로

-최근 우리 사회 곳곳에서 세대 논의가 넘쳐나는데 대한 비판도 없지 않은데요.

▲세대 논의가 과도하게 과장된 측면 또한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세대 논의가 저널리즘 기획물, 정치적 기획물, 상업적 기획물로 이용되고 있다는 시각도 있어요. 최근의 세대 담론에는 과도한 시장주의가 개입돼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경향이 상품판촉을 위한 것이든, 정치적 목적을 위한 것이든 간에 특정이익을 위해 특수한 역사적 사건이나 사회문화적 특징을 지나치게 단순화해 세대상징으로 삼는 무책임성을 보여주고 있다는 지적을 중시하지 않을 수 없어요. 역사의 연속과 단절이 격동적인 한국사회에서 세대가 매우 중요하다는 데 이견이 없지만 이를 과장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봅니다.

한국 현대사의 세대 지형을 △베이비붐 세대 △386 세대 △N 세대(Net Generation) 등으로 나눠 그들의 정치사회 의식을 천착하고 있는 박 교수는 "우리 사회의 새 화두로 떠오른 '세대(世代) 정치'의 중심에는 386세대와 N세대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가 세대 문제를 베이비붐, 386, N 세대라는 독특한 구분에 따라 성찰하려는 이유는 뭘까?

"대체로 그동안의 세대 문제는 민주 대 반민주, 혹은 민주 대 독재라는 정치적 요소가 과도하게 강조된 세대구획이었어요. 한국사회는 정치중심의 사회임을 부인하기 어렵지만 매우 다차원적인 사회변동을 겪어왔다고 할 수 있잖아요. 단선적인 정치사건사 일변도로 사회현상을 정확하게 읽어내는데 한계가 있어요. 산업화 세대로서 베이비붐, 민주화 세대로서 386, 전자 정보화 세대로서 N이라는 상징적인 세대지형에서 우리의 현대사를 읽어내는 방식을 찾으려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逆세대화'경향 빨라질 듯

-그렇다면 세대 논의가 등장한 사회적 배경은 무엇으로 보세요.

▲특정한 공통의 경험을 바탕으로 정체성과 연대의식을 공유하고 사회변동을 만들어 낼 수 있는 행위자로 등장할 때 세대는 사회변화의 세력이 될 수 있어요. 세대정치의 태동인 셈이죠. 최근 우리사회에서 세대 논의가 등장한 것은 세대 정체성이 강화되는 반면 지역과 계급, 이념의 강제력은 점차 약화되고 있음이 그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정보통신 혁명과 인터넷의 일상화로 사회적 담론을 만들어 이끌어가고, 이를 유통시키는 행위자가 확산되고 있다는 점도 한 몫 합니다.

-세대 정치에서 인터넷 문화를 빼놓을 수 없다는 얘기같습니다.

▲지난 시대 세대간 갈등은 기성세대와 신세대간의 연령갈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자원을 둘러싼 갈등입니다.

정보화 이전에는 기성세대에 밀려 소비의 주체에 머물렀던 N 세대가 정보화를 계기로 소비의 주체이자 생산과 유통의 주체로 부상했습니다.

저는 이것을 '역(逆) 세대화'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역 세대화의 경향은 매우 빠른 속도로 진행될 겁니다.

-상대적으로 강한 386 세대의 진보적 태도도 주목되고 있는데요.

▲기성세대와는 매우 다른 30대, 40대 초반의 정치사회적 진보성향이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이른바 386 세대가 공유한 역사적 경험이 그들의 진보적인 정치사회의식과 태도를 형성하는 바탕으로 해석됩니다.

세대효과라고 할까요. 한국사회에서 자발적 결사체, 혹은 사회단체에 가장 높은 참여를 보이는 집단 역시 30대 대졸학력의 중간계층이라는 연구결과도 나왔어요. 가장 적극적인 시민참여 세력임이 확인된 것이죠. 따라서 정치중심적인 한국사회에서 386 세대에 대한 관심은 클 수밖에 없는 것이고, 이들이 가져야 할 사회적 책무 또한 그 어떤 세대보다 크게 부각될 수밖에 없습니다.

-세대별 정치의식은 어떻게 분류되고 있습니까.

▲베이비붐 세대는 산업근대화와 유신시대를, 386 세대는 1980년대 민주화 투쟁을, N 세대는 인터넷 혁명을 역사적인 집단경험으로 갖고 있어요. 때문에 베이비붐 세대는 순응적 현실주의, 386 세대는 관념적 민중주의, N 세대는 탈정치적 문화주의의 정치사회의식을 갖고 있습니다.

이대현기자 sky@imaeil.com

〈끝〉

*박길성(朴吉聲) 교수는

▲고려대학교 사회학과 및 동 대학원 졸업

▲미국 위스콘신대 사회학박사

▲한국비교사회학회 회장

▲미국 유타주립대 사회학과 겸임교수

▲저서 '현대사회의 구조와 변동' '세계화:자본과 문화의 구조변동' 등 다수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