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문학 연구를 통해 남.북한간 이해의 폭을 넓히고 통일의 기초를 모색해보는 학술대회가 지역에서 열린다.
영남대 민족문화연구소(소장 이동순)는 28일 영남대 국제관 2층 메이폴 홀에서 '북한 문학의 어제와 오늘'을 주제로 전국학술대회를 개최한다.
이번 학술대회에는 북한 문학을 연구하는 국내 학자들뿐만 아니라 북한에서 시인, 문화예술부 예술선전대장으로 활동하다 탈북, 입국한 북한 인사들이 참여해 북한에서 문학이 차지해온 위상과 역할, 그리고 체제 위기에 대한 문학의 대응과 변화 등을 중점 논의한다.
북한에서 조선작가동맹 시인으로 활동하다 1999년 우리나라에 입국한 최진이씨는 '북한 작품에서 현실 반영의 겉과 속'이라는 논문을 발표한다.
그는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출간된 '황진이'를 비롯해 '향토' '청춘송가' '환희' 등 1980년대 이후에 나온 북한의 소설들을 중심으로 북한 문학의 현주소를 소개하고, 참여주의 문학이 지닌 허구성을 파헤친다.
최씨는 미리 보내온 논문에서 "한국이 서양쪽 문학과 사회이론에 대한 이해가 확산되어 있는 반면 북한은 동양문학에 치우쳐 있다"며 "따라서 한국 문학은 현대화된 어휘와 그 구사능력, 문학적 양태의 다양함은 돋보이나 가치의 가벼움을 조장하고, 북한 문학은 재래식 형식과 어휘구사에 침체돼 그 가치를 위축시킨 단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이 문학의 상업화를 범람시켜 대중의 건전한 의식을 불식시키는 데 작가들이 협조했다면 북한은 문학의 어용화를 극대화해 대중의 의식을 우매화시킨 근위대적 역할을 작가들이 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최씨는 '임꺽정'의 저자 벽초 홍명희의 손자인 홍석중이 쓴 '황진이'에 대해 자세하게 언급했다.
그는 "'황진이'에서는 북한 사회의 신분제도에 대한 작가의 분노가 느껴지는가 하면 북한 사회 권력자들이 안고 있는 불안감과 함께 그 사회가 지닌 비도덕성도 드러난다"고 밝혔다.
또 "이 작품에서 섹스장면을 부정적인 인물의 몫으로 돌린 작가의 나약성에서 인간 생명의 근원인 섹스에 대해 아직도 적대적이기만한 북한사회의 이중적 모순을 재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최씨는 "'북한 문학은 김일성, 김정일 찬양문학이 전부'라는 편견은 북한 문학과 작가에 대한 이해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며 "우리의 상처, 우리의 허물도 있는 대로 드러내놓고 관망하는 여유로움, 그 과정에 성숙해지는 국민의식이 하루빨리 도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 문화예술부 예술선전대장으로 활동하다 2000년 한국에 들어온 박두익씨는 '북한 문학예술에서 선전선동활동-창작에서 수용까지'란 논문을 통해 북한 문화예술계가 처한 현실을 증언할 예정이다.
김석영 영남대 민족문화연구소 연구원은 '월북 시인 조벽암의 시 세계' 논문에서 "초기 작품부터 1980년대 작품에 이르기까지 벽암의 작품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것은 현실에 안주하기보단 끊임없이 부조리한 현실과 싸우는 성실함과 치열함"이라고 밝혔다.
또 노귀남(세종연구소)씨는 '체제 위기 속의 북한 문학의 대응과 변화-1990년대 이후 북한 문학'에서 "이 시기 북한 문학은 당의 정책상 '우리 식'을 강조하고, 계속된 경제 침체와 체제 위기에 대응해 사회정치적 생명관에 의한 사상성과 당성을 반영한 작품을 통해 사회동원의 극대화를 꾀했다"고 진단했다.
이대현기자 s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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