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와 함께하는 오후

달무리 뜬 밤이다

純粹의 내재율.

몰래 울밑 石榴꽃 터진다

순이는 어디를 갔나

빈 마을.

잠꼬대 구구구. 밤 비둘기야.

홀로 바장이는 적막한 창에

달무리 뜬 밤이다

달무리 뜬 밤이다.

조기섭 '달무리'

밤 낚시를 가서 앉아 있으면 달이 올라올 때가 있다. 도시와 멀리 떨어지면 떨어질수록 별과 달은 선명하다. 볼 때마다 그 모습을 바꾸는 달을 보며, 속마음을 다보여 주지 않는 여인과 닮았다는 생각을 했다.

순간순간 모습을 바꾸며 변신할 줄 아는 여인이라야 남자들은 매력을 느낀다고 했던가. 때로는 연약한 모습이다가도 또 어떤 시련과 불의에는 의연히 자신의 의지를 밀어붙일 줄 아는 여인, 그리고 참을 줄도 기다릴 줄도 아는 여인, 그러면서도 나름대로의 매력을 지닌 여인. 오늘을 사는 어머니의 모습이고 아내의 모습이지 않은가.

서정윤(시인.영신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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