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주한미군 핵심 전력인 2사단 내 1개 보병여단 3천명과 전투지원 병력 1천명을 이라크에 파견키로 결정함에 따라 온 나라가 시끌벅적하다.
우리 사회는 전쟁 위협, 북한에 대한 인식 등에 대한 보수와 진보의 입장 차가 워낙 뚜렷해 2만7천여명의 미군 가운데 4천명을 빼내는 문제로도 의견 대립이 첨예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주한미군 차출과 관련된 시시콜콜한 문제까지 쟁점으로 떠오른다.
하지만 학생들 입장에선 차출의 배경, 안보 위협과 자주국방, 대미관계의 방향 등에 대해서만 입장을 정리해두면 충분해 보인다.
(보수와 진보라는 개념은 다소 적절치 않은 면이 있으나 아래에서는 편의상 양측으로 정리한다)
◇주한미군 차출의 배경
가장 직접적인 요인은 미국의 이라크 전쟁 전략이다.
미국은 이라크에서 미군 13만5천여명을 포함한 15만 연합군으로도 이라크 안정화 작전을 원활히 수행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평화 유지와 부시의 재선을 위해 추가 병력이 지원돼야 하는데 본토 병력을 빼내기 힘든 형편에서 손쉽게 빼낼 수 있는 것이 주한미군이다.
좀 더 근본적으로 들어가면 부시 행정부 출범과 함께 시작된 국방 변혁이다.
2차 대전 후 처음으로 국방 변혁을 추진중인 미국은 해외 주둔군 재배치 검토(Global Posture Review.GPR)를 첫 실험 대상으로 잡았다.
한국은 이 구상 속에서 중추가 되는 전력투사기지가 아니라 한 단계 중요도가 낮은 주요작전기지에 포함되는 것으로 알려진다.
여기에 이라크 전쟁이 맞물리자 한 번에 해결하려는 것이 차출로 이어진 것이다.
여기에 한 가지 더해 보수주의자들은 한국의 반미론자들이나 한미동맹 회의론자들에 대해 미국이 무언의 경고로 주한미군을 차출했다고 강하게 주장한다.
실제로 한국 내에서는 80년대 이후 반미 감정이 부상한 이후 최근 여중생 사망사건, 계속되는 미군 범죄 등으로 인해 반미 여론이 급격히 고조됐다.
미국 내에서도 이 같은 기류에 회의적인 눈길을 보내며 한국을 '나쁜 동맹국'으로 여기는 시각이 높아지고 있다.
여기서 주한미군 차출이 비롯됐다는 것이다.
◇안보 위협과 자주국방
주한미군 주둔의 가장 큰 이유는 대북한 전쟁 억지력이다.
보수주의자들은 북한이 핵개발 의도를 포기하지 않고 전쟁 위협이 여전한 상황이므로 주한미군 차출에 심각한 우려를 보내고 있다.
철군으로 이어질 경우 전쟁 억지력이 급격히 약화되고 이를 메우기 위해서는 엄청난 국방비 부담이 필요하기 때문에 한미동맹을 강화하고 대미관계를 호전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진보주의자들은 햇볕정책과 국제관계의 흐름 속에서 북한의 위협이 약화되고 있으므로 주한미군 주둔은 전쟁 억제보다는 미국 자체의 이해에 더 비중이 있다고 주장한다.
미국이 재배치 구상을 통해 주한미군의 역할을 한반도와 동북아의 전략적 균형추로 삼겠다는 것도 이 때문이라는 것. 또 주한미군을 감축한다고 해도 하이테크 방공망과 장거리 무기, 확대된 제공력으로 방위를 보완하면 안보에는 별 문제가 없다고 지적한다.
노무현 정부는 정권 초기부터 자주국방의 필요성을 자주 언급해왔다.
최근에는 한미동맹까지 고려해 '협력적 자주 국방'을 조기 구축한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그러나 한국이 핵이나 테러문제 등에 대해서는 미국에 협력하면서 독자적 외교노선을 추구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때문에 노무현 정부가 자주국방의 개념부터 우선 정립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대미 관계의 방향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가 대북 포용정책을 고수하면서 대미 관계에 어느 정도 균열이 생긴 것은 분명하다.
두 정부에서 미국과 대화할 수 있는 미국통이 거의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보수주의자들은 대북 인식의 오류, 빈약한 대미 외교력 등에 문제를 제기하며 보다 적극적으로 대미 관계를 개선하고 동맹을 확고히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반미감정 확산에 미국의 책임도 있고 미국 역시 국익에 충실하므로 한국도 한미 관계를 우리 관점에서 재정리해야 한다는 입장도 만만찮다.
미국은 냉전 붕괴 이후 슈퍼파워를 지향하면서 일방주의 세계전략을 유지했고 대북 강경책, 한국에 대한 통상 압력, 주한미군 범죄 등으로 인해 한국민의 대미 인식을 부정적인 쪽으로 몰아갔다.
또한 한미 동맹은 미국의 희생이 아니라 미국의 이익에 충실한 것이며 한국과 일정 부분 경쟁하는 관계에 놓였으므로 우리 역시 일방적인 자주만 주장할 게 아니라 현실적으로 국익을 챙길 수 있는 관점에서 한미 관계를 정립해가야 한다는 것이다.
김재경기자 kj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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