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런시각-이라크 파병

협력적 자주국방이라는 그림을 정확히 그리기 위한 첫 걸음은 '동맹의 딜레마'라는 국제정치이론에서부터 시작한다.

동맹의 딜레마는 소위 '포기'와 '연루' 사이의 딜레마로 표현된다.

강한 동맹관계를 갖게 되면 동맹국의 분쟁에 휘말릴 가능성이 있고(연루), 약한 동맹관계를 갖게 되면 동맹국으로부터 버림받을 가능성이 크다(포기)는 뜻이다.

이 이론에서 보면 협력적 자주국방이라는 개념은 포기를 한미협력으로, 연루를 자주적 국방으로 동시에 대비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그렇지 않다.

한미동맹은 과거 한국 방위의 한국화가 상상하기도 어려웠던 약소국 시절 체결되었으므로 강한 동맹으로 인한 연루 위험보다 방어의 혜택이 큰 형태의 동맹이었다.

따라서 견고한 한미동맹은 한국 군사안보 정책의 핵심이 되어 왔다.

그런데 한국 국력의 성장, 그리고 오랜 한미 연합방위 능력의 경험 등은 동맹에 있어서 한국의 역할 증대가 요구되는 배경으로 작동하기 시작하였다.

탈냉전기 이러한 역할 증대는 미군을 주요 이해지역의 위협에 신속히 대응하는 신속기동군으로 만드는 것에 한국이 협력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미국은 주요 지역에서의 신속한 개입을 위해 한국에 배치된 냉전형 고정군은 신속기동군으로 바꾸고 이를 위해 한국방위 임무를 상당 부분 한국에 넘기는 동시에 한국군이 미군을 지원하는 새로운 한미동맹이 필요한 것이다.

이근(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주한미군 일부 병력의 이라크 차출과 이에 따른 주한미군의 감축은 매우 중요한 몇 가지 점을 함축하고 있다.

첫째, 주한미군이 북한에 대해 전쟁억지력 역할을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을 잃게 되었다.

주한미군을 다른 군사작전지역으로 이동 투입하는 것은 주한미군의 역할이 더 이상 대북 전쟁억지력이 아니라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다.

이라크 차출은 주한미군의 역할이 대북 전쟁억지력보다는 미국의 동북아 내지는 세계전략 차원에서의 역할로 변화했음을 공식화하는 것이다.

둘째, 이라크 파병의 명분이 사라졌다.

파병찬성론자들은 우리가 이라크 파병을 하지 않으면 대신 주한미군이 이라크에 파견될 것이라는 주장을 주요한 파병논리로 삼았다.

그러나 한국군의 이라크 추가파병과 주한미군의 이라크 차출은 전혀 별개의 문제임이 드러났다.

우리가 이라크 추가 파병을 하건 안 하건 상관없이, 미국은 주한미군을 이라크에 보낼 계획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주한미군 4천명이 이라크에 가게 돼 군사력에 구멍이 생기는 마당에 우리의 정예병력 3천명을 파병한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셋째, 용산미군기지 이전협상을 비롯해 주한미군 재배치를 위한 협상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것이 불가피해졌다.

현재 한미간의 협상은 3만7천명의 주한미군이 계속 주둔한다는 전제에서 진행돼왔다.

그런데 주한미군의 상당한 감축이 기정사실화된 상황이므로, 현 협상의 기본 전제가 깨지게 되었다.

따라서 주한미군이 감축될 규모와 상황 변화를 고려해 재협상해야 한다.

감축될 주한미군의 규모에 맞게 재배치되는 지역의 필요한 토지를 재산정해야 마땅하다.

또한 주한미군의 규모 축소와 역할 변화가 분명해졌으므로 용산미군기지 이전비용의 부담 문제도 다시 검토해야 한다.

이철기(동국대 국제관계학과 교수) 출처:이슈투데이(www.issue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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