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만나는 상장기업의 사주나 임직원들로부터 "우리 회사의 주가는 왜 이렇게 오르지 않지"라는 푸념의 소리를 종종 듣는다.
주가는 말 그대로 기업의 가치를 나타내는 척도이다.
기업의 주가가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은 그 기업의 실적이 좋지 않은 때문이기도 하지만, 더러는 그 기업의 실질적인 가치에 상응하는 평가를 받지 못하는 때문이기도 하다.
후자의 경우와 같이 주가가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저평가되고 있는 데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지만 흔히 IR전략의 부재로 인한 경우도 없지 않다.
주가에 관한 한 기업 실적과 IR은 수레의 양 바퀴인 셈이다.
미국의 전미IR협회(NIRI)는 IR을 "기업의 재무, 커뮤니케이션, 마케팅, 관련 법규 준수 등을 통합하여 회사와 이해관계자 간의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효과적으로 수행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기업 가치를 정당하게 평가받도록 하기 위한 전략적 경영 활동"으로 정의하고 있다.
오늘날과 같이 돈과 정보가 국경을 자유로이 넘나드는 세계화.정보화 시대에는 기업들이 알찬 경영성과를 통해 내재가치를 높이는 노력과 함께 기업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기 위한 적극적이고도 체계적인 IR의 중요성이 한층 더 커지고 있다.
필자는 최근에 뉴욕, 보스턴, 런던으로 IR출장을 다녀왔다.
외환위기 이후에 외국 자본의 국내 진출 규모가 늘어난 만큼이나 외국인 투자가들이 한국 기업과 금융시장을 보는 시각과 평가도 상당히 달라졌음을 이번 해외 IR을 통해 느낄 수가 있었다.
저평가된 주가를 높여야겠다는 생각으로 처음으로 IR팀을 구성하고 자료를 만들어 IR에 나섰던 3, 4년 전과는 달리 해외 컨퍼런스와 로드쇼 등에서 만난 외국의 펀드매니저와 애널리스트들은 한국의 금융시장과 기업들에 대해 이전보다 훨씬 속속들이 꿰뚫어보고 있었다.
그런 만큼 IR을 통해 투자가들의 신뢰를 얻고, 국내외 애널리스트나 투자가들과의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새삼 절감하게 되었다.
IR활동이야말로 주주중시 경영을 실천하는 중요한 방안의 하나다.
단순한 과거 자료의 설명은 IR이 아니다.
투자가들은 현재보다는 앞으로의 계획이나 미래 성장전망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CEO나 CFO 등 경영진이 IR을 통하여 기업의 비전과 경영 전략을 명확히 제시함으로써 그 기업의 미래에 대한 강한 믿음을 투자가에게 심어줄 필요가 있다.
일반 대중을 향한 일방적 기업홍보활동인 PR과 달리 IR은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투자가의 의견을 피드백하여 기업 경영에 적극 반영하고 지배구조를 개선함으로써 주주중시 경영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겠다.
IR활동의 현장에서 애널리스트와 투자가들이 던지는 질문과 코멘트 중에는 경영에 도움이 되는 내용이 의외로 많다.
IR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IR에 대한 전사적인 이해와 협조가 필수적이다.
IR이 해당 부서와 담당자 중심으로만 이루어진다면 결국 일회성 이벤트로 끝나기 쉽다.
기업가치의 바로미터인 주가는 전 임직원들의 노력의 결실인 실적과 비전, 그리고 이것을 외부에 알리는 커뮤니케이션 채널인 IR에 의해 결정된다.
IR에 대한 전사적인 공감대가 형성될 때 주가는 저평가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IR의 방법으로는 투자가와 일대일로 만나는 원온원(one-on-one) 미팅, 분기말.기말 실적 발표 시에 많이 활용하는 그룹 프레젠테이션, 원격지 투자가와 전화로 진행하는 컨퍼런스콜, 또 해외IR에서 주로 활용하는 로드쇼와 컨퍼런스 등이 있지만, 디지털시대에 날로 그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 사이버IR이다.
투자가들은 기업 정보를 IR사이트에서 가장 많이 얻는다고 한다.
따라서 기업 홈페이지에 사이버IR코너를 만들어 투자가들이 손쉽게 찾을 수 있도록 재무정보를 비롯한 각종 최신 정보를 올려놓을 필요가 있다.
최근에 '중국쇼크'와 국제 고유가문제, 미국의 조기 금리인상설 등이 국내 증시를 강타하여 한 때 주가가 폭락세를 보였다.
외국인들이 단기간에 2조원 가량의 주식을 내다판 이유도 있지만 국내 기관투자가와 개인투자자들이 주식시장에 대한 불신으로 이들 물량을 받쳐주지 못한 데도 그 원인이 있다.
우리 기업을 우리가 인정해주지 못하는 것도 한국 주식시장이 저평가된 원인이 아닌가 생각한다.
월가의 투자전문가들로부터 '투자의 현인(Oracle of Omaha)'이라 일컬어지는 워렌버핏은 투자하지 말아야할 기업으로 '경영자가 회사 내용을 사실대로 말하지 않는 기업'을 들고 있다.
IR의 네 가지 원칙인 투명성, 지속성, 전문성, 일관성에 따라 목표시장을 설정하고 전사적인 협조 아래 꾸준히 IR활동에 나선다면 시장에서 그 기업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을 날이 반드시 올 것이다.
이화언(대구은행.수석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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