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 드림을 꿈꾸고 왔는데, 한국 사회의 따뜻한 정을 바랍니다'.
8일 오후 중구 삼덕동 근로복지공단 대구본부앞. 낯선 이방인 4명이 힘 없는 농성을 벌이고 있었다. 이들은 지난 4월27일 지하철1호선 아양교 선로에서 투신 자살한 중국인 여성 근로자 정유홍(30)씨의 '산재 인정'을 요구하며 6일째 단식 농성을 벌이고 있었다.
지난달 15일 파티마병원과 대구고용안정센터 등을 돌며 이곳까지 와 농성을 벌이는 중국인은 정씨의 남편 장정화(37)씨와 친정아버지 및 사촌동생 등 유족들. 남편을 빼곤 모두 정씨의 억울한 죽음을 전해 듣고 한국으로 달려왔다.
숨진 정씨는 지하철 선로에 몸을 던지기 전 급히 써 내려 간 듯한 필체로 짤막한 유서를 남겼다. "집에 가고 싶어요. 회사 사장님이 돈을 주지 않으며, 노동부에 가서도 해결 못 했어요. 외국인도 사람입니다. 나는 돈이 없어 집에 못 갑니다. 방법이 없어 죽음을 택했습니다".
한국에 오기 전까지 중국 심양에서 공무원으로 있다가 먼저 한국에 들어온 남편과의 재회 및 외동 아들의 대학등록금 마련을 위해 불법 외국인 근로자가 됐다는 정씨. 여느 외국인 근로자와 다르지 않게 힘들지만 미래의 꿈을 그리며 버텨온 수년간의 생활을 그녀는 짧막한 유서로 대신한 채 마감했다.
이후 유족 및 이주노동자 공동대책위원회는 근로복지공단에 산재신청을 했으나 돌아온 답장은 '불승인'. 정씨의 죽음이 직장에서 야기된 문제가 아닌 개인적인 문제로 볼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이유.
남편 장씨는 "아내가 다니던 공장생활이 힘들어 고용안정센터에 전직을 희망했으나 번번이 묵살당했다"며 "고용주의 허락이 있어야만 사업장을 이동할 수 있는 현행 고용허가제의 편법을 사업주가 악용하는데도 관계기관에서는 그 상황을 잘 몰랐다"며 울먹였다.
농성장 한편에선 정씨의 아버지(57)가 종이를 깔고 쪼그린채 누워 있었다. "외손주에게는 에미가 어떻게 죽은지도 알리지 못하고 교통사고가 났을 뿐이라고 둘러댔는데 언제쯤 딸 애 영정을 들고 중국으로 돌아가려나"며 움추린 몸을 더욱 웅크렸다. 문현구기자 brand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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