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지역에 살면서도 짬짬이 연습한 악기를 둘러메고, 외롭고 그늘진 곳을 찾아 삶의 희망을 불어 넣어주는 사랑의 밴드가 농촌 마을에서 '인기 짱'으로 떠오르고 있다.
경남 합천군 가야면 치인리 해인사 아래에 사는 8인조 밴드 '사랑과 희망'(단장 이태경)이 그 주인공. 오십줄이 훨씬 넘은 이 단장은 드럼을, 최해만(50)씨는 전자 오르간 건반을 신들린 듯 두드려 댄다.
또 마흔 여덟 동갑내기 최춘자.이정영씨는 시골 아줌마로는 어울리지 않을 듯한 베이스 기타와 기타를 각각 둘러메고 신바람을 낸다.
여기에 꾀꼬리 같은 목소리의 배경희.박미선.전연순씨는 한복을 곱게 차려 입고, "만수무강 하십시오"라며 큰절을 올린 뒤 민요와 트로트를 열창하며 한마당 잔치판을 벌인다.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이 팀의 애창곡인 '노오~세 노세 젊어서 놀아…'에 맞춰 덩실덩실 춤을 추며, 다시 젊음을 되찾은 듯 흥겨운 한때를 보낸다.
이들이 주로 찾아가는 곳은 마을 경로당이나 양로원, 복지회관 등. 주로 경로잔치에 초청돼 공연을 하지만 봉사를 목적으로 시작한 만큼 무료공연이다.
이젠 프로 못잖은 실력을 인정받아 지역 축제나 행사마당까지 초청받으면서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합천 팔만대장경축제, 지난 달에는 사할린 귀환 노인들이 모여사는 대창양로원을 찾아가 위문공연을 하는 등 하루도 빠짐없이 공연을 펼쳐보인다.
이달에도 지난 10일 합천 원폭피해자복지회관 공연과 오는 24일로 예정된 대구 달성군청 복지회관의 700여 노인 초청공연 등 일정이 꽉 짜였다.
이 단장은 "전문가도 아닌 마을 사람들이 음악이 좋아 취미생활로 시작한 것이 이젠 전문밴드가 다 됐다"며 함박 웃음을 짓는다.
베이스 기타를 맡고 있는 최춘자씨는 "생업에 종사하다 틈틈이 터득한 실력이지만 '삶의 희망을 주는 봉사활동을 해보자'고 출발한 것에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오르간을 맡고 있는 최해만씨가 운영하는 식당 한 켠에선 공연 일정이 잡히지 않은 날이면 단원들이 하나 둘 모여 연습에 열중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합천.정광효기자 khjeo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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