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 친구가 찾아와 오랜만에 죽도시장에 들렀다.
늦은 오후라 어시장은 이미 환하게 불을 밝히고 있었고, 백 개도 넘을 것 같은 수많은 횟집들이 지붕을 유리로 씌운 아케이드 아래 늘어서 있었다.
수조에는 살아 펄펄 뛰는 오징어, 문어를 비롯해 광어, 멍게, 해삼, 대게들이 있었다.
고래고깃집도, 과메기전문점도 있고, 갖가지 마른 생선을 파는 곳도 있었다.
어시장의 분위기에 취해 한참을 돌아보다 한 횟집에 들어가 싱싱한 회와 배와 오이채를 곁들인 물회, 큼직한 대게에다 술 몇 잔을 기울이며 마음껏 먹어 보았다.
한때 일본에 거주했을 때도 생선회는 너무 비싸 사먹지 못했다.
기껏해야 시장에서 도시락에 포장된 것을 하나 둘씩 사먹어 봤을 뿐인데, 이곳 죽도시장에서는 저렴한 값으로 온갖 산 생선회를 맛볼 수가 있다.
횟집 주인의 말에 의하면, 상인들도 연합회를 조직해 이곳을 좀더 쾌적하게 정비하고, 수조의 물도 오염되지 않은 먼 바다의 심층수를 단체로 구매해 오고, '회 페스티벌'을 개최하는 등 홍보에 애를 쓴다고 했다.
하지만 연계시설과 주차장이 부족해 애로가 많다고 했다.
또한 인접한 동빈내항이 몇 년 전 침전물들을 준설하여 지금은 괜찮지만 몇 년 후엔 예전처럼 썩은 냄새를 풍길 것을 염려하고 있었다.
사방이 거의 막힌 동빈내항과 이곳으로 흘러드는 칠성천과 양학천의 문제점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예전에는 형산강물이 지하 수로로 연결돼 동빈내항으로 흘러들었으나, 언제부턴가 무슨 연유에선지 그 수로가 막히게 되었다고 한다.
물론 다시 뚫린다 해도 그 정도의 규모와 유속으로 동빈내항의 오염이 완화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지만….
도심어항으로서 전통이 살아 숨쉬고 어시장과 함께 소상인들의 삶의 터전인 이곳을 이대로 방치할 수는 없다.
칠성천과 양학천의 수질을 대폭 개선해 유량을 늘려 유입시키든가, 형산강물을 좀 더 대규모로 다시 끌어들이든가, 송도해변과의 사이에 운하를 건설하거나, 아니면 획기적인 오염정화시설을 고안해내거나 방도를 찾아야 할 것이다.
그래서 죽도시장 워터프론트를 포항도심의 가장 멋진 곳이 될 수 있도록 개발해야 할 것이다.
시민들과 관광객들이 이 아름다운 도심항구를 거닐어도 보고, 죽도어시장에서 갖가지 생선들을 맛보고, 동빈내항에서 유람선에 올라 영일만을 돌아 호미곶까지 다녀올 수 있다면 좋을 것이다.
동빈내항을 정화시키고 죽도시장을 특색있게 정비하는 것은 포항의 이미지를 가꾸고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
여기서부터 송도와 북부해변으로, 영일만으로 호미곶으로, 나아가 울릉도와 독도로 연계관광이 이루어진다면 포항의 문화관광 육성의 목표가 좀더 확실해지리라고 본다.
구자문 한동대 교수.공간시스템 공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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