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엉성한 테러 대응… 할 말 잊은 국민들

김선일씨가 끝내 이라크 무장단체로부터 참혹한 죽음을 당했다.

곧 살아 돌아 올 것이라 믿었던 국민들의 기대에 못을 박은 야만적 테러행위가 현실화 된 것이다.

일본과 중국 피랍자들의 생환 모습을 지켜봐 온 국민들로서는 김씨의 죽음이 더욱 가슴 아리게 다가온다.

이번 사건은 우리에게 깊은 자기반성을 요구하고 있다.

교민보호대책과 정보망의 부실, 엉성한 테러대응능력, 정부의 안이한 자세 등이 따가운 비판 대상이다.

김씨의 피랍사태는 철저하지 못한 교민보호대책에 기인하는 바 컸다.

위험상황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는데도 사건이 터지고 나서야 교민 철수령을 내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의 감을 준다.

정부의 대책 지연으로 국민들이 입게된 피해의식과 심리적 손상감은 엄청나다.

한국을 노골적인 테러 피해국으로 부상시켰다는 점에서 심각한 상징성을 갖는 것이다.

김씨 피랍이 지난 17일 이전에 이뤄졌는데도 정부의 정보수집 채널이 제대로 작동치 않았다는 것도 문제다.

조기에 피랍을 확인하고 대응조치를 취했더라면 피살 가능성을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19일 이후의 대응교섭에서도 상대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부실이 노출됐다.

그들의 실체와 의도를 꿰뚫어 보지 못한 채 금전적 보상을 운운함으로써 국민들에게 엉뚱한 기대감만 심어줬다.

정부가 22일 밤 10시 협상이 '희망적'이란 섣부른 판단을 내리고, 김씨가 이미 피살된 시점에 대통령이 외교부 합동 대책회의장을 찾은 것도 국민들을 실망시키기에 충분했다.

대통령의 운신은 어떤 결과에 대한 확신으로 비쳐진다는 사실을 고려에 넣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불과 4시간 뒤 김씨 피살소식을 접하게 된 국민들의 심정을 헤아려 보았는지 묻고싶다.

정부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흐트러진 국가체제를 재정비하고 테러세력에 대한 경각심을 한층 높여나가야 할 것이다.

추가 파병이후에는 더 어려운 사태를 맞이할 수도 있다.

테러에 맞서겠다는 강인한 국가의지가 결집돼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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