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국무총리 표창 상이군경 강병래(67)씨

"그 당시만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아픕니다".

24일 모범 보훈대상자로 선정돼 국무총리표창을 수상한 강병래(67.대구 수성구 범물동 용지아파트)씨. 그는 10대 때 입은 6.25전쟁의 상처를 지금까지 껴안고 살아가고 있다.

전쟁 발발 이듬해 6월 14세의 어린 나이에 학도병으로 입대, 총상을 입은 뒤 상이군인들을 위해 한평생을 보내고 있기 때문.

"15세 때 다리에 관통상을 입고 16개월 동안이나 치료를 받았지만 회복은 불가능했다"는 강씨는 "길을 걸을 때는 나도 모르게 삐딱하게 걸어가게 된다"며 웃음지었다.

전쟁이 끝난 뒤 줄곧 상이 용사회에서 일해 온 강씨는 지난 1999년부터는 영세민과 상이군경들이 주로 사는 용지아파트 입주자 대표를 맡아 또 다른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주민들은 강씨가 아파트 대표가 된 뒤 많은 것들이 변했다고 말한다.

독서실과 체력단련실, 대강당이 들어선 주민센터도 그의 아이디어였고, 장애인회관을 지어 장애인들이 양말 등을 생산할 수 있는 부업장을 마련해준 것도 그였다.

또 몸이 성하지 않은 이들에게 용기를 주고자 1주일에 한 번은 꼭 인근 청소를 하게 함으로써 '나도 사회에 도움이 된다'는 자부심도 심어주었다.

주민센터는 지난주부터 매주 목요일 주민들을 위해 무료 영화 상영회도 갖고 있다.

강씨는 또한 보훈가족 10여명과 함께 지난 2002년 7월 장의버스 대여회사인 대원상조개발(주)을 설립, 운영 중이다.

주민 김재환(67)씨는 "강 회장 때문에 우리 동네가 너무 살기 좋게 변했다"면서 "주민 대다수가 복지시설을 많이 애용하고 있어 아주 좋다"고 강씨에 대한 감사를 표했다.

점점 잊혀 가는 6.25에 대해 강씨는 "요즘 나이 어린 젊은이들은 6.25에 대해 알지도 못하고 알던 사람들에게서도 우린 잊혀 가는 존재"라며 "그 누구를 탓하지도, 원망하지도, 욕하지도 않으나 다시는 우리 역사에 그런 일은 일어나지 말아야 한다는 소망만은 가슴에 품고 있다"고 말을 맺었다.

최병고 기자 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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