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주택시장 침체 분위기 지속과 관련, 지역의 주택건설산업 관련업종은 물론이고, 일반 시민들도 "전반적으로 소비와 투자가 극심한 침체에 빠진 상황에서 건설경기마저 경착륙(硬着陸:큰 충격이 따르는 경기 조절)하면 내수회복이 더욱 어려워지고, 지역의 경제기반이 흔들릴 수도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이 때문에 업계는 물론이고, 관련단체, 대구시 등 지자체에서도 투기는 막되 건설경기 경착륙을 피하는 정책을 통해 부동산 투기는 막으면서도 경기는 살릴 수 있는 묘안을 짜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건설 경기 빨간불
최근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국내 건설 수주는 올들어 마이너스 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건설 수주는 대체로 1년 뒤 실제 건설경기를 예고하는 지표라는 점을 감안할 때 내년 건설경기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대구에서는 올 한해 1만5천여가구의 신규 아파트 분양이 계획돼 있지만 내년 분양을 위해 신규로 땅을 매입하는 경우는 거의 없어 내년 건설경기 경착륙을 예고하고 있다.
즉 아파트 신규분양이 중단될 경우 토공.설비.철골.광고.분양 등 관련업체들도 일거리가 없어 연쇄 경영위기에 몰리면서 지역경기 전반에 찬물을 끼얹을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올해 신규 분양하는 아파트와 주상복합은 대부분 작년에 땅 계약을 해 둔 것으로 사업을 하지않을 경우 금융비용부담을 감당하지 못하기 때문에 주택을 포함한 부동산 경기가 활황을 띠지 않고 있는 상황이지만 주택업체들이 너도나도 홍수분양을 추진하고 있는 것. 막상 분양을 했을 때 계약률이 저조한 가운데 장기간동안 추가계약이 일어나지 않을 경우 망하는 주택업체들도 생겨날 것이란 게 업계의 시각이다.
실제로 작년말 대구에서 주상복합을 분양했던 한 시행사의 경우 집이 팔리지 않아 엄청난 손실을 입고, 사업권을 타 업체로 넘겼다.
◇신규사업 포기 잇따라
하지만 내년 사업을 위해 땅을 매입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예년 같으면 주저없이 매입해야 할 땅도 현 시점에서는 견주기만 하고, 매입계약은 미루고 있는 게 현재 주택사업 시행사와 시공사들의 자세다.
분양에 확신을 얻지 못한 상태에서 무리하게 땅을 사면 기업 자체가 존폐기로에 몰리기 때문이다.
특히 내년에는 지난해부터 정부가 강화시킨 각종 건축관련 규제와 부동산투기 억제책이 본격 시행 및 적용되는 시기란 점을 감안, 한두 해 동안은 한 발짝 물러나 시장분위기를 관망하겠다는 게 주택업체들의 입장.
이로 인해 일부 회사는 이미 신규 사업을 사실상 중단했다.
서울의 모 건설사는 대구에 주택이 과잉공급됐다고 판단, 한두 해 숨고르기를 한 뒤 신규사업 재개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한 시행사 대표는 "좋지 못한 분양시장 상황과 급등한 건축비 등을 감안할 때, 땅값이 수성구 평당 400만원, 달서구 등 타지역 350만원이 넘어서면 사업자체가 리스크를 안게 된다"면서 "그 선에서 땅을 못산다면 사업을 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말했다.
또 달서구 유천동에서 아파트사업을 위해 땅매입에 나섰던 ㄴ산업개발의 경우 최근들어 돌연 부지매입을 중단한 가운데 사업포기를 신중하게 검토중이다.
올 하반기 중 신규분양할 물량이 5천여가구나 대기하고 있는 데다 수요마저 고갈, 평당 350만원 이상 주고 땅을 사면 미분양물량을 감안할 경우 사업손실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에서다.
수성구지역에서도 주택업체들이 신규 사업수주에 신중을 보이는 것은 마찬가지. 사월동 지구단위계획 지역내의 한 공장터(2만여평)의 경우 주인은 팔려고 하지만 비싼 가격으로 인해 사업성이 없다고 판단한 업체들이 "땅값을 더 내려야 사겠다"면서 선뜻 접근을 하지않고 있는 상태다.
이밖에 중구 한 동네의 단독주택을 헐고, 아파트 500여가구를 신축하기 위해 땅작업에 나섰던 한 시행사도 사업계획을 백지화 했고, 최근 대구에서 아파트 한 개 단지를 분양한 모 시행사의 경우는 "앞으로 1년 이상 주택시장을 관망하겠다"면서 부동산업자들이 "아파트 지을 땅"이라고 가져오지만 검토조차 하지않고 있는 분위기다.
달서구지역에 땅을 일부 확보해 두고도 사업포기 쪽으로 입장을 바꾼 한 시행사 대표는 "일대에서 연내 5천여가구가 집중 공급되는데다 달서구지역내 수요자체가 고갈, 현재로선 땅을 평당 320만원에 매입해야만 사업성이 있다"면서 내년 분양에 대한 경계론을 폈다.
주택업체가 매입을 꺼리는 것은 공공택지도 예외가 될 수 없다.
토지공사 대구경북지사가 공급하는 경산 사동2지구 택지개발지구내 공동택지 중 60~85㎡형을 지을 수 있는 2필지(3만5천500평)는 아예 분양받겠다는 건설사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토공 관계자는 최근 부동산 경기위축의 영향으로 풀이했다.
◇1, 2종 주거지역 땅, 매기실종
작년 11월 일반주거지역에 대한 종(種)구분 이래 아파트를 건축할 수 없는 주거지역의 땅값은 수직하강 국면에 접어들면서 매기마저 완전 실종된 상황을 맞고 있다.
현재 땅값이 평당 300만~400만원선을 나타내고 있는 곳은 고층아파트를 지을 수 있는 3종 주거지역뿐이다.
3종지역이라도 20층 이하 최고고도지구의 경우는 땅값이 뚝 떨어진다.
더구나 아파트를 15층 이하로만 지을 수 있는 2종이나 2종 중에서도 7층 최고 고도지구에 묶인 경우는 땅값이 눈에 띌 정도로 싸지 않으면 매입하려는 업체가 없다.
1종지역은 사정이 더욱 딱하다.
4층 이하로 묶어둬 빌라나 다가구주택, 단독주택 외에는 건축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아파트의 공급과잉으로 인해 빌라 분양이 안되면서 건축업자들이 빌라를 짓기 위한 땅 매입을 포기한 가운데 주거용 건물 선호 패턴이 단독주택에서 아파트로 옮겨감에 따라 단독주택을 찾는 사람들이 아예 없는 데다 대다수 단독주택이 노후화돼 매수를 꺼리면서 전통 단독주택지인 1종지역의 땅값은 종착역이 어딘지 모를 정도로 하락하고 있다.
부동산업계에선 "아파트를 지을 수 있는 곳은 평당 300만~400만원, 1종은 100만~200만원대가 제값"이라는 얘기가 있을 정도로 토지가격이 차별화되고 있다.
실제로 대구 수성구 황금동 어린이대공원 주변 단독주택지의 경우 아파트 건설이 가능하던 작년 상반기까지만 해도 평당 300만~500만원까지 거래됐지만 11월 공원이 접해있는 등 국토계획법상 1종 주거지역 지정여건에 해당, 1종으로 분류된 이후에는 땅을 사려는 수요가 사라진 상황. 9.9m 이상의 집을 지을 수 없어 빌라 건축업자들까지 수익성 부재로 관심을 보이질 않고 있기 때문이다.
국토계획법상 이 일대는 공원이 있는 한 아파트를 지을 수 있는 2, 3종으로의 조정이 불가능해 집이 노후화 할수록 땅값이 함께 떨어질 것이란 게 업계의 시각이기도 하다.
◇금융.소비시장도 타격받을 듯
부동산 경기가 냉각되면, 부동산을 담보로 잡고 돈을 빌려준 은행의 부실채권이 증가하는 것은 물론 그동안 주택사업에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해 높은 수익을 올렸던 금융권의 '돈놀이' 대상이 크게 축소, 투자사업이 타격을 받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5월 말 현재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이 159조9천억원. 이 가운데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주택담보대출만 해도 42조3천억원에 이른다.
대구지역 한 금융기관의 프로젝트 파이낸싱 담당자는 "지금은 주택업체에 돈을 빌려줄 때 이중삼중의 안전장치를 취하고 있으며, 분양성이 뛰어나거나 재력있는 건설사가 보증을 서지 않으면 대출 자체를 금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재성기자 jsgold@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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