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30년 동안 보았던 것들 중 얼마쯤을 기억할 수 있을까. 30여년 동안 직업으로 사진을 찍어온 사람은 우리가 잊어버린 것 중 어떤 것을 기억할까. 30일 정년 퇴직하는 경북도교육청 공보실 사진 담당자 박치원(57.별정직 6급)씨. 그는 1974년부터 도내 교육현장 구석구석을 누비며 사진을 찍었다.
"1970년대 상업고교 선생님들은 무슨 연수를 받았는지 아세요? 여러 가지 중 하나가 타자기 수리하는 법이었어요. 이게 골치 아픈 일이었죠. 요즘 식으로 하면 컴퓨터를 고치는 것만큼 어렵지 않았을까요". 박씨는 지금은 잊혀진 기술이 돼버렸지만 70년대에 타자는 최첨단 기술이었다고 회고한다.
"1980년대 초등학교 선생님들은 미술.음악 등 실기연수를 초등학교에서 받았어요. 초등학생 몸에 맞는 작은 책상과 걸상을 상상해보세요. 게다가 걸상 하나에 교사 두 사람이 앉아서 교육받는 경우도 있었어요. 한 사람이 엉덩이 한쪽씩만 걸치고 한 여름에 연수를 받았죠. 에어컨 바람이 쏟아지는 요즘 연수원은 상상도 못했던 시절입니다".
교련복을 입고 운동장에 설치된 철조망 밑을 기는 고교생들, 교사들의 타자기 연수, 농고생들의 모판 만들기, 교복을 입고 우르르 교문을 나서는 여고생들…. 박씨의 교육현장 사진은 지난 30여년의 시대적 애환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박씨는 29일 오후 7시 대구시 동구 신천동 문화 웨딩홀 6층 연회장에서 사진전을 연다.
30년 넘게 교육현장을 누비며 찍은 20여만장의 사진 가운데 100여장을 골랐다.
작지만 하나하나 모두 시대적 아픔과 기쁨을 담은 것이라 어느 것을 택할지 고민도 많았다.
"제가 30여년간 찍은 사진이 경북교육의 역사를 기록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박씨는 "퇴직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출발"이라며 "또 다른 세상을 기록하기 위해 카메라를 들고 떠날 것"이라고 말했다.
조두진기자 earful@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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