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자연재해 손해배상 시 첫 선례

한밤중 태풍에 나무가 쓰러지면서 대구시청 앞 민원인 주차장에 세워져 있던 승용차가 부서졌다면 대구시가 어느 정도 책임을 져야 할까?

대구지법 제4민사단독 이상화 판사는 지난달 말 현대해상화재보험이 태풍으로 인해 부서진 자동차 수리비를 배상하라며 대구시를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소송에서 '수리비의 30%인 18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매년 태풍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예견할 수 있고, 만약 나무가 쓰러져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는 점에 비춰 피고의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판부는 "근무시간이 끝난 새벽에 무료로 개방된 주차장에서 사고가 일어났고, 주차장의 나무중 단 한 그루만 쓰러진 데다 원고에게도 차량을 새벽까지 장시간 주차장에 방치한 잘못이 있는 점을 고려해 피고의 책임비율을 30%로 정한다"고 밝혔다.

현대화재는 지난 2002년 9월 1일 새벽 태풍 '루사'로 인해 주차장 내 가죽나무가 쓰러지는 바람에 피보험자인 강모(47)씨의 카렌스 승용차가 파손되자 수리비 604만원을 지급한 후 대구시를 상대로 소송을 냈었다.

대구시는 이번 재판에서 주차장 인근의 수종(樹種)과 바람골, 기상실황 등을 조사해 책임이 없음을 주장했으나 패소, 자연재해에 대해 처음으로 손해배상을 해주는 선례를 남기게 됐다.

한편 대구시는 이번 패소에도 불구, 시민들의 야간주차 편의와 부족한 주차공간 제공을 위해 심야 개방을 계속하면서 자연재해 등에 대비, 관리를 강화할 방침이다.

박병선기자 l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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