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고려원의 '부활'

'빵만으로는 살 수 없다'는 말이 있다.

우리의 육신을 편하게 하는 조건뿐 아니라, 가슴과 머리로 스며들어 사람을 사람답게 영양가를 부어주는 '마음의 양식'을 제대로 섭취해야 옳은 삶이라는 뜻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하지만 그 실천이 우리의 삶에서 멀어지고 있는 세태다.

그래서 요즘 출판계는 외환위기 때보다 더한 불황이라는 아우성이며, 출판사.서점.유통업체 할 것 없이 힘들어하고 있다.

출판사들은 신간 발행 부수를 줄여서 출간하고, 서점들이 매출이 크게 떨어져 고전을 면치 못한다.

책을 읽는 대신 컴퓨터 검색을 통한 지적 욕구를 채우는 현상도 갈수록 확산되는 추세다.

◇ 인터넷이 국제 표준의 글로벌 네트워크로 자리잡아가면서 정보 환경은 급속도로 바뀌고 있으며, 정보의 디지털화는 새 시대를 열고 있는 게 현실이다.

구텐베르크의 활자 발명 이후 출판문화는 오랜 세월 문화산업의 근간을 이루면서 그 중심에 놓여 있었으나 이젠 새 시대 소용돌이의 중심에 설 수밖에 없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출판문화는 끊임없이 곤두박질만 해야 할 것인가.

◇ 1997년 3월 부도 처리됐던 출판사 고려원이 '고려원 북스'로 부활해 화제다.

부도 전 고려원의 전무이사였던 박건수(대구 출신 시인)씨가 대표이사를 맡는 등 전 직원들이 주축이 돼 재출범한 이 출판사는 첫 신간 '생명의 물, 우리 몸을 살린다'를 이미 펴냈다.

또한 고려원으로부터 3천여종의 출판저작권과 재고도서들을 인수, 곧 10년 전 가격에 책을 파는 사은행사를 가질 계획이라 한다.

◇ 1978년에 설립됐던 고려원은 정비석의 '손자병법' 등 100만부 이상 팔린 베스트셀러를 잇따라 펴내면서 국내 최대 규모의 단행본 출판사로 떠올랐다.

1980, 90년대에는 이 부문 매출 1위의 자리를 지켰다.

그러나 90년대 후반 어학 교재 사업 등에 과다투자한 게 원인이 돼 부도를 맞았고, 2003년 4월 최종적으로 파산 처리돼 외환위기로 경제난을 겪던 때 출판계에 큰 충격을 안겨주기도 했다.

하지만 좋은 책들을 많이 내 독자들의 기억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 양서 사장의 안타까움과 옛 명성을 되살려내기 위한 의지가 이 출판사를 새로 태어나게 한 셈이지만, 우리 출판계의 현실에 비춰 귀추가 주목된다.

잘 알고 있다시피 출판은 영화.TV드라마.연극.음악.미술.무용 등 모든 분야의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공급해주는 텃밭이다.

출판이 살아야 문화가 살고 예술이 살 수 있다.

그러므로 출판사는 마음과 영혼의 양식을 날라다주는 배달부이며, 문화산업의 뿌리다.

'고려원 북스'의 새로운 출발과 함께 출판문화의 새길 트기를 기대해본다.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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