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광야에서 부르리라'

'까마득한 날에/하늘이 처음 열리고/어데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모든 산맥(山脈)들이/바다로 연모해 휘달릴 때도/차마 이곳을 범(犯)하던 못하였으리라//끊임없는 광음(光陰)을/부지런한 계절(季節)이 피고선 지고/큰 강물이 비로소 길을 열었다//지금 눈 내리고/매화 향기(梅花 香氣) 홀로 아득하니/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다시 천고(千古)의 뒤에/백마(白馬) 타고 오는 초인(超人)이 있어/이 광야(曠野)에서 목놓아 부르게 하리라.' 민족시인 이육사(李陸史, 1904~44)의 시 '광야' 전문이다.

▲'항일 기개로 초인의 삶을 산 민족시인' '친.외가 모두 창씨개명.신사참배 거부한 대쪽 집안' '중국 넘나들며 독립운동' '투옥(17번)으로 점철된 생애' '광복 1년 전 중국 베이징에서 옥사'. 탄생 100주년을 맞은 그에 대한 평가는 새삼스러울 정도다.

곧 그의 고향인 경북 안동시 도산면 원천리에 문학관.생가.시비 등이 새로 빛을 보게 되고, 육사시문학상도 제정됐다.

▲한편 오는 30일부터 닷새간 안동에서 그의 탄생 10주년 기념행사들이 다채롭게 펼쳐진다.

'광야에서 부르리라'를 주제로 한 이 행사는 전야제로 막이 올라 기념식.백일장.문학캠프.시문학상 시상.문학 토론회.독립운동사 학술회의.강연회.시문집과 시집 발간.시와 어록 서화전.추모시화전 등이 고향 마을과 안동시 일원에서 마련돼 입체적인 재조명을 하게 된다.

▲특히 안동시가 건립한 이육사문학관은 문학실.독립운동실.영상실.세미나실 등을 갖췄으며, 동상과 시 '광야'가 새겨진 시비, 생가, 청포도 정원, 야생화 동산 등이 원천리 일대 7천669㎡의 넓은 터에 자리잡아 그의 숭고한 생애와 문학을 기리는 새 명소로 떠오르게 됐다.

또한 오랫동안 논의되어오던 육사시문학상을 안동병원의 도움으로 제정(TBC 대구방송)한 점도 주목된다.

▲그는 일제 강점의 암흑기에 저항수단으로 시를 썼다.

시 '절정'에는 '매운 계절'의 '서릿발 칼날 진 그 우에 서'서 '겨울은 강철로 된 무지갠가 보다'라는 탄식도 나온다.

그는 그 가혹한 현실에서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을 기다렸지만, 그 자신이 바로 초인이고, 그 가슴속의 결연한 의지가 바로 '강철로 된 무지개'가 아니었을까. 우리는 지금도 '광야'에서 그런 초인을 기다리므로 그가 더욱 우러러 보이는 건 아닐는지….

이태수 논설위원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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