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처럼 산다.
'
얼마나 로맨틱한 말인가. '로마의 휴일'에 나온 그레고리 펙과 오드리 햅번의 아이스크림같은 사랑이 연상되지 않는가. '모정'이나 '닥터 지바고'의 절절함이 묻어나고, 그것도 아니라면 안소니 퀸의 '길'이나 찰리 채플린의 '시티 라이트'처럼 삶의 애환이 가슴에 밀려온다.
그러나 요즘 '영화처럼 산다'고 하면 말 그대로 'X판' 삶이 된다.
최근 나오는 영화의 대부분이 범죄영화들이다.
그래서 '영화처럼 산다'고 하면 필시 조직 폭력배가 아니면 패륜아거나, 사기꾼에 욕을 입에 달고 사는 불량인간이 되는 셈이다.
정말 영화 같은 사건들이 꼬리를 문다.
얼마 전 대구에선 '광복절 특사'처럼 탈주자가 가석방 대상이란 소식을 듣고 귀소한 일도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할리우드 영화에나 있을 법한 대형 연쇄살인사건이 터졌다.
20여명이나 참살한 엽기 살인마가 한국에서 나온 것이다.
연쇄 살인마는 스릴러 영화의 전형이다.
'13일의 금요일'이나 '나이트메어'처럼 무작위로 참살하는 저급한 살인마가 있는가 하면 '세븐'이나 '카피캣', '아메리칸 사이코'처럼 나름대로 공식을 가지고 살인을 자행하는 치밀한 살인마가 있다.
보도내용을 보면 유씨의 경우 후자에 속하는 모양이다.
유씨의 방에서 영화 DVD 몇 편이 발견됐다.
늙은 친부모를 죽인 패륜 살인마를 그린 '공공의 적'과 시체를 토막 내는 코믹잔혹극 '베리 배드씽'이다.
영화를 두고 봤을 때는 그의 범죄에서 영화의 흔적이 역력하다.
거기에 체포될 때 '유주얼 서스펙트'처럼 다리까지 저는 흉내까지 냈다고 해서 화제다.
과연 이런 영화가 범죄의 교과서가 됐을까.
인간이 살아가면서 배우는 유형에 '관찰학습'이란 것이 있다.
말 그대로 대상을 보고 배우는 것이다.
자신이나 남이 처벌을 받거나 보상을 받는 것을 보면서 학습하게 되는 것이다.
대중매체가 발달하면서 사람들은 훨씬 많은 폭력물과 엽기, 살인, 범죄를 접하게 된다.
문제는 그런 폭력들이 처벌보다는 보상 받는 것이 더 빈번하다는 것이다.
주인공이 폭력을 사용해 악을 물리침으로 해피엔딩에 이르는 것이 대부분. 은연중에 폭력이 정당화되고, 공격성이 커지는 것이다.
할리우드에서 몇 년 전 '영화가 범죄를 일으키는 원인으로 보기 어렵다'는 보고서를 낸 적이 있다.
그러나 많은 이들은 할리우드가 영화산업을 살리기 위해 의도적으로 몰아갔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렇게 볼 때 한국의 폭력영화도 최근의 엽기 범죄와 무관하지는 않을 것이다.
filmto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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