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詩와 함께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내가 온통 흐느끼는 나뭇가지 끝에서

다가갈 곳 다한 바람처럼 정처 없어할 때

너는 내게 몇 구절의 햇빛으로 읽혀진다

가슴 두드리는 그리움들도

묵은 기억들이 살아와 울자고 청하는 눈물도

눈에 어려

몇 구절 햇빛으로 읽혀진다

불 꺼진 하얀 네 손바닥

햇빛 속에서 자꾸 나를 부르는 손짓

우리가 만나 햇빛 위를 떠오르는 어지러움이 된다면

우리가 서로 꼭 껴안고서 물방울이 된다면

정처 없는 발자국 위에도

꽃이 피어나지 않고는 배기지 못하리

장석남 '불 꺼진 하얀 네 손바닥'

시란 정처 없는 날의 정처 찾기이다.

앞의 정처가 결여의 세계라면 뒤의 정처는 충일의 그것이다.

이 앞의 정처라면 이 뒤의 그것이다.

정처 없는 바람은 나뭇가지를 흐느끼게 하고, 시인은 정처 없어 사지가 멀쩡한 그리움과 묵은 기억들을 구부려 햇빛을 만든다.

떠오르는 어지러움과 떨어지는 물방울이 되기 위한 꼭 껴안음이 꽃을 피운다고 했으니, 그 꽃은 정처 없는 그대를 닮았으리라.

강현국(시인.대구교대 교수)

최신 기사

mWiz
18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조국 혁신당의 조국 대표는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비상계엄 사과를 촉구하며, 전날의 탄핵안 통과를 기념해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극우 본당을 떠나...
정부가 내년부터 공공기관 2차 이전 작업을 본격 착수하여 2027년부터 임시청사 등을 활용한 선도기관 이전을 진행할 계획이다. 국토교통부는 2차...
대장동 항소포기 결정에 반발한 정유미 검사장이 인사 강등에 대해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가운데, 경남의 한 시의원이 민주화운동단체를...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