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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기 이야기-(14)소리 어떻게 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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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동수 높을수록 고음

음반 산업의 '공적'(共敵) 취급을 받고 있는 'mp3' 파일은 적은 파일 크기임에도 불구하고 썩 훌륭한 음질을 들려준다.

사람에게 깊은 감명과 쾌락을 주는 음악을 그토록 작은 파일에 담을 수 있다는 자체가 경이롭다.

인간이 들을 수 있는 주파수 대역은 초당 20~2만번의 진동수이다.

진동수가 높을수록 높은 소리를 낸다.

작은 물체들은 높은 주파수와 공명하기 좋아하며, 크고 육중한 물체는 낮은 주파수대로 공명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같은 원리에 따라 사람 키보다 큰 콘트라베이스는 심연같은 저음을, 장난감만한 바이올린은 화려한 고음을 낸다.

진동수가 두 배 높아지면 음은 한 옥타브 올라간다.

1초에 100번 진동하는 현의 중간 지점을 눌러 두 부분으로 나누면 진동수는 200번으로 높아진다.

줄을 세 부분으로 나누면 세배로, 네 부분으로 나누면 네배로 진동한다.

거의 모든 악기의 음높이 조절 방법은 이 원리를 따른다.

몸통에 숨결을 불어 넣어 소리를 내기 때문에 관악기는 가장 인간적인 악기이다.

관악기의 관을 통해 불어넣은 공기가 바깥 공기보다 높은 압력을 지니면서 '공기 기둥'이 생겨난다.

관의 길이를 달리하면 이 공기 기둥의 진동수가 변하는데 짧은 공기기둥일수록 높은 소리가 난다.

목관악기의 경우 구멍(지공)을 여닫는 방법 등으로 다양하게 조합해, 길이가 다른 공기 기둥을 만들어내 음 높이를 조절한다.

금관악기는 관의 길이를 조절하거나 밸브로 조절해 음높이를 바꾼다.

호른이 악기 중 가장 부드러운 소리를 낼 수 있는 비결은 4m에 육박하는 꼬인 관 길이 때문이다.

진동한다고 다 악기는 아니다.

훌륭한 공명통과 진동수를 지녔다고 해서 좋은 악기가 되는 것도 아니다.

스트라디바리우스도 문외한이 만지면 '깽깽이'일 뿐이다.

못 빼는 소리, 양철판 흔드는 소리 등은 마누라 잔소리 만큼 듣기 괴롭다.

분필 긁는 소리는 수 세기에 걸쳐 고문 도구로 사용되다가 제네바 협약에 의해 금지됐다.

회초리는 매가 되기도, 북채가 되기도 한다.

아름다운 소리를 내지 않더라도 사람의 정서와 맞아 떨어진다면 악기로서 가치는 충분하다.

저 유명한 '대영박물관 지하의 늙은 침팬지' 우화를 보자. 이 늙은 침팬지가 매일 무작위로 타자기를 두들겨 수십억년이 지나더라도,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라는 햄릿의 대사를 쳐내지 못한다.

늙은 침팬지가 무작위로 건반을 두드려 '학교종이 땡땡땡'이라는 음악을 연주하는 데는 햄릿의 대사를 쳐내는 것보다 긴 시간이 든다.

그래서 음악 예술은 위대한 것이다.

김해용기자 kimh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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