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아줌마들, 어때요?
▲채정림=여기 아줌마들은 소비성향이 서울과 많이 달라요. 브랜드나 이름있는 걸 좋아하는거 같아요. 그리고 몇 년 전 처음 대구에 왔을 때 여성들 패션이 무척 과감하다고 느꼈어요. 그만큼 예쁘기도 하고요.
▲손용구=맞아요, 브랜드 충성도는 절대 수도권에 뒤지지 않아요. 백화점 매출로 봐도 다른 지방과는 비교할 수 없죠. 군대생활을 하느라 전국을 많이 다녔는데 대구가 많이 다른 것은 확실해요.
▲안건희=여기 분들은 옷을 좋아하시나봐요? 우리 매장 의류 매출 비중이 전국에서 제일 높아요. 그리고 대구 여자분들이 전반적으로 예뻐요, 이유는 모르겠는데. 의상도 파격적으로 입고요. 뚱뚱한 사람도 별로 없어요.
▲채=그런데 대구분들이 굉장히 폐쇄적인거 같아요. 처음 반상회에서 서울말씨로 한 마디 꺼냈다가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 지더라구요. 이젠 서서히 적응하고 있지만 처음엔 힘들었어요.
-주부 평균 비상금이 613만6천원이란 결과가 나왔네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손= 보통 주부가 경제권을 갖고 있는데 비자금을 따로 마련할 필요가 있나요?
▲채=직장생활을 하다 전업주부가 되니 처음엔 남편돈을 잘 못쓰겠더라고요. 그러다보니 친정일 등 제 쪽으로 돈 쓸 일이 생기면 비자금이 있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손=서울엔 통장 관리를 여자가 하는게 일반화돼 있는데 대구는 의외로 남편이 관리하는 경우가 많네요. 설문 결과도 남편이 경제권을 갖는 경우가 30%대인 것으로 나왔으니까요. 그런데 어차피 큰 돈 쓸 일이 있으면 서로 상의해서 하니까 경제권 의미가 크지 않은 건 사실이죠. 저희 아내는 비자금이 있는 것 같아요. 눈치는 챘는데 알면서도 묻지 않아요. 아내가 친정에서 장녀니까 처가에 돈 쓸 일이 당연히 있다고 생각해요.
▲안=비자금이 정말 필요한건 남잔데 주부 평균 비자금이 몇 백만원 된다는 결과를 듣고 깜짝 놀랐어요. 남자들은 비자금이라 해도 100만원 이하가 고작인데. 지금 저는 비자금이 전혀 없어요. 그런데 이젠 조금씩 비자금을 만들어 봐야겠다 싶어요.
▲채=돈이 있으면 쓰게 되는데 비자금 형식으로라도 모아놓으면 일종의 저축이 되는거죠. 친정일이 됐건 시댁일이 됐건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서 모아놓는 것이니까요. 꼭 비자금이라고 해서 나혼자만 써야지, 하는건 아니잖아요. 오히려 비자금통장이 있는 와이프가 알뜰살뜰한 부인인지 몰라요.
-자기자신을 위해 쓰는 용돈이 10만원 이하라고 답한 주부가 많았어요
▲손,안=그럴리 없는데…10만원 미만이라니요. 말도 안돼요.
▲채=아니, 맞아요. 주부들이 이것저것 필요한 데 쓰고 남는 돈을 쓸 수 밖에 없는데, 사실 그런 돈이 별로 없거든요. 돈이 한정돼 있으니까. 자신한테 별로 못써요.
▲안=그러고보니 의외로 여자분들이 자신을 위해 돈을 잘 쓰지 못하는거 같아요. 1년전 아내에게 '당신 비자금이니 당신 자신을 위해 마음대로 써라'면서 100만원을 줬는데 아직까지도 못쓰고 있거든요.
▲손=맞아요. 아이들 교육비에 수십만원씩 쓰는건 당연하게 여기는데 오히려 본인이 미장원에서 머리손질 한번 하는걸 굉장히 부담스럽게 생각해요. 그건 잘못됐다고 봐요. 애들 교육엔 대단한 의미를 부여하는데 한 두 달에 한 번 머리손질 하는건 의미없다고 생각하나봐요. 제가 항상 사고를 바꾸라고 강조하는 부분인데, 본인한테 투자할 때는 그런 강박관념이 있는거 같아요.
▲채=문제는, 나만을 위해 뭘 쓸까 생각하면 생각이 안나요. 10만원, 100만원이 생겼다 해도 '어디에 쓰지'하고 생각하다보면 나 자신을 위한 쓰임새가 생각이 안나죠. 남자분들도 마찬가질 거예요.
▲안=그런식으로 따지자면 아줌마 뿐만 아니라 저도 마찬가지에요. 돈을 많이 쓰긴 하지만 온전히 저 자신을 위해 쓰는 돈은 거의 없어요. 목욕비, 이발비 따위지 저도 10만원 안될걸요?
▲채=교육비의 경우 물론 내가 쓰는 돈이지만 다 아이들 위해 쓰는건데 남편들은 '아내가 쓰는 돈'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손=아이들 교육비는 실제로 엄마의 만족을 위해 쓰는 것일 수도 있어요, 가치관에 따라서 이것저것 시키는거 보면 아이를 위해 쓰는 게 아니라 본인을 위해 쓰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채=남자들은 직장에서 자신의 위치가 뚜렷하게 있잖아요. 주부는 자기 위치란게 정말 없어요. 결국 애들 얼굴이 자기 얼굴이 돼요. 다른 데서 자신의 모습을 찾기가 참 어려워요. 바로 그거예요. 그게 없으니까 애들한테 모든걸 집중하게 되죠. 바람직한 현상은 아닌데 어쩔 수 없어요. 교육열이 높은 이유가 그거예요. 아줌마들을 사회로 보내야 해요. 그럼 우리나라 교육문제도 해결됩니다.
(웃음)
-얼마 전에 만두파동이 있었죠. 주부들의 소비생활을 어떻게 보십니까.
▲안=우리나라 주부들은 '바람'에 굉장히 민감한거 같아요. 요즘 건강프로그램이 많잖아요. 방송에서 특정 식품이 몸에 좋다고 나오면 다음날 매장 오픈 하자마자 1, 2시간만에 몽땅 팔려요. 얼마전에 부추가 나왔는데 그 품목이 금방 품절됐어요. 그런데 그러다가 잊어먹어요. 그런 바람이 보름도 못가거든요.
▲손=소비와 관련해서 전문가 집단들이 있고 여러 군데서 다양한 목소리가 나와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것 같아요. 일괄적으로 정보를 제공하는게 아닌데도 소비자들이 한 두 가지 정보에 휩쓸리는 경향이 있죠
▲채=주부들이 잘 판단하고 소신을 가질 필요가 있어요. 여기저기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의 견해를 가질 필요가 있어요.
사회.정리 최세정기자 beacon@imaeil.com
사진.김태형기자 thkim21@imaeil.com사진: 가까이에서 지켜본 주부들의 소비생활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풀어놓은 손용구, 채정림, 안건희씨.(사진 왼쪽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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