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몸값을 물질 단위로 계산하는 것은 간단한 문제로 여기기 쉽다.
그러나 결코 그렇지 않다.
용도를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수만, 수백 만 배의 차이가 날 수 있다.
공산품 원자재로 계산하면 그야말로 분가(糞價) 수준이다.
비누 7장, 성냥개비 머리 2천2백개, 설사약 한 봉지, 못 한 개, 연필 심 2천 개의 생산에 충당할 수 있을 뿐이다.
대략적인 가치는 5만원이다.
▲그러나 심장, 신장, 안구 등 생체이식에 쓰일 장기를 판다고 가정하면 사람 몸값은 수 억대로 상승한다.
한 술 더 떠 인체를 재료로 고부가 화학약품을 만들면 몸값은 수십 억대로 뛰어 오른다.
인슐린, 알부민, 콜라겐 등은 진귀한 생체 물질들이다.
여기에 호르몬이나 DNA의 가치를 보태면 값을 헤아리기 어려워진다.
쓰기에 따라 몸값이 천차만별이 되는 것이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없어서 안될 것이 돈이다.
의식주는 물론 자녀양육과 같은 종족보존 활동에 있어서 물적 토대는 필수적이다.
인간의 재산권이 천부적 권리로 간주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자본주의 사회에서 재산권은 개인의 능력에 따라 그 크기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말을 뒤집으면 '돈 가치로 환산되지 않는 인간'은 없다는 유물론적 결론에 이르게 된다.
▲돈 가치 환산의 척도는 여러 가지다.
자신이 받고 있는 급여의 액수, 사회적 명예나 영향력, 취급하는 일의 중요성, 인기의 정도, 영혼을 판 뇌물의 크기 등을 그 근거로 할 수 있다.
평범한 봉급생활자라면 급여가 그 사람의 객관적 몸값이다.
공직자는 자신의 예산권과 인사권을 몸값으로 보태야 한다.
연예인·체육인은 상품성과 인기가 그 몸값이라 할 만하다.
부정부패 연루자는 뇌물의 크기로 그 몸값을 따져볼 수 있다.
▲몸값 이야기 두 개가 아침 뉴스에 올랐다.
천재 골프소녀 미셸 위는 자신의 몸값을 1억 달러 이상으로 평가해 14세 여장부의 배포를 엿보게 했다.
김구선생의 장손인 주택공사 사장은 1억6천만 원에 몸을 팔아치움으로써 백범을 존경하는 국민들을 안타깝게 했다.
공산품 원재료로 몸을 내던지고, 고부가 화공약품으로 몸값을 키운 차이가 아니겠는가. 어지러운 시절, 자신의 몸값을 돌아보게 하는 반성의 소재로 삼을 만한 일이다.
박진용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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