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詩와 함께

나 죽어

이 세상에서 사라진다 해도

저 물 속에는

산그림자 여전히 혼자 뜰 것이다

이성선 '나 없는 세상'

"산천은 의구하되 인걸은 간데 없네"와 같이 세월의 허망을 노래한 옛 시조와의 텍스트 상호성을 말할 필요가 있을까. 시인의 시와 삶이 이슬방울처럼 간명했으니 그럴 필요 없겠다.

몇 해전 시인은 죽고 물소리 잘 들리는 백담사 계곡에 '나 없는 세상'을 새긴 시비가 세워졌다.

시인은 가고 없어도 저 맑은 물 속에 여전히 혼자 떠있는 설악산 그림자 바라보고 있노라면 도저하게 밀려오는 생의 허무 앞에 우리는 할 수 없이 비틀거린다

강현국(시인.대구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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