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반에 세워놓은
접시한가운데
새가 날아간다
팽팽한 허공
구름 한 점 드나들지 않는다
중심을 꼭 잡고 날아가는 새
내려앉을 땅이 없어
아예 눈과 다리는
퇴화되어버린
이순현 '접시 속의 새'
새의 문양이 그려진 접시가 이 시의 오브제이다.
접시 속의 새에게 눈과 다리가 없다는 사실을 시인은 주목한다.
아예 눈과 다리가 퇴화되어버렸다는 것이다.
내려앉을 땅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퇴화란 쓸모 없는 것을 오랜 세월이 드나들며 지워버린 것, 내려앉아 쉴 땅조차 아예 사라져 눈과 다리가 필요 없는 세상의 비극은 그러므로 오래된 것이다.
새의 생애란 얼마나 고단할 것인가.
강현국(시인.대구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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