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독자와 함께-"무면허·무자격 아무나 핸들"

"가뜩이나 손님이 없어 애를 먹는데 운전면허가 없는 사람까지 택시를 운전하니…."

택시기사 경력 20년째인 이모(55)씨는 최근 들어 택시를 몰다보면 화가 울컥 치밀 때가 많다고 했다.

오래 지속되는 불황 때문에 승객이 줄어 장거리 운행도 마다하지 않고 있는데 운전면허증도 없는 이들이 버젓이 택시 영업을 하고 있는 것을 목격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이씨는 "특히 장거리를 전문적으로 뛰는 일부 '총알택시'의 기사들이 택시회사로부터 불법 도급제로 차를 빌려온 뒤 음주운전이나 사고로 면허가 취소된 이들에게까지 택시운전을 맡기고 있다"며 "손님이 워낙 없어 정상 영업하는 택시도 어려운데 무자격자까지 택시를 몰다보니 하루벌이가 더욱 어려워졌다"고 호소했다.

도급제는 월급과 퇴직금 없이 4만5천~5만원 정도의 사납금을 회사에 매일 입금하는 조건으로 택시 회사가 차량을 빌려주는 것. 회사 측으로서는 운전기사를 정식으로 채용하지 않기 때문에 4대 보험의 가입 의무 등 부담이 없다.

게다가 불황으로 인해 운행하지 않는 택시가 차고지에 줄지어 서있는 만큼 회사 측으로서는 사납금만 매일 입금된다면 누가 운전석에 오르든 전혀 개의치 않는 실정인 것.

실제로 지난달에는 부산에서 택시 기사로 일하다 면허가 취소되자 대구로 와서 택시를 몰던 이모(34)씨가 다른 택시기사의 신고로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경찰 조사에서 이씨는 "면허가 취소돼 생계가 어려운 사람들이 도급제 차량을 통해 택시 영업에 대거 나서고 있다"면서 "무면허로 택시를 몰다 적발되는 경우가 드물고, 또 단속에 걸려도 현재 법규상으로는 불구속 입건에 그쳐 또다시 택시 영업에 나선다"고 말했다.

총알택시 운전경력 10년째인 김모(50)씨도 "총알택시를 운행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콩판다'라는 은어가 생겨날 정도로 자신의 택시를 다른 사람이 몰도록 하는 행위가 일반화돼 있다"며 "이 때문에 승객의 안전을 담보할 수 없지만 단속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에 대해 대구시 대중교통과 관계자는 "무자격자와 무면허 운전자의 택시 영업은 신고가 없으면 적발하기 어려워 사실상 단속을 못하고 있다"며 "신고가 들어오면 직원들이 나가 단속을 하지만 1만대가 넘는 대구시의 택시들을 일일이 관리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라고 했다.

한윤조기자 cgdrea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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