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등-덫에 걸린 신용불량자

"인터넷 사이트를 뒤지다 2주일만 일하면 부채를 탕감할 수 있다기에 그만...세상 물정 모르고 일 저지르고 말았습니다.

"

10만원권 위조 자기앞수표를 유통시키다 12일 남부경찰서에 구속(본지12일자 보도)된 김모(27)씨.

그는 인터넷 취업방을 통해 알게 된 사람들로부터 수표로 물건을 사고 난 뒤 거스름돈을 가져오면 일당을 지급한다는 말만 믿고 지난 8일 전문 위조범에게서 건네받은 10만원권 자기앞수표를 들고 시내 곳곳에서 물품을 구입하다 경찰에 붙잡혔다.

김씨는 자신을 교묘하게 범죄의 길로 유혹했던 전문위조단의 수법이 혀를 내두를 정도로 치밀했다고 털어 놓았다.

위조단은 위조수표 교환이 회사 비자금을 현금화하기 위한 작업이라 속였다.

또 위조된 주민등록증을 이용하는 것도 김씨의 신변을 노출시키지 않기 위한 방편이라며 안심시켰다는 것.

김씨는 10여차례 수표로 현금을 교환하다 지문을 남기지 않기 위해 본드를 손가락 끝에 발라야 한다는 위조범의 말에 뭔가 잘못된 일임을 눈치챘다고 했다.

하지만 이미 때는 늦었고 출동한 경찰에 두 장의 위조수표를 쥔 채 현장에서 붙잡혔다.

이번 범죄를 저지르기 전 김씨의 생활은 말이 아니었다.

방위산업체에서 군복무를 대신하다 얻은 허리통증이 심해져 허리디스크를 앓으면서 저축한 돈을 디스크 수술비로 써 버린 김씨는 결국 지난해 초 신용불량자가 돼 버렸다.

허리가 아파 막노동도 할 수 없고 고교를 졸업한 그를 고용해 주는 회사도 없었다.

게다가 동업으로 시작했던 포장마차 영업마저 망해버렸던 것.

하루 하루가 지옥 같았던 김씨에게 마침 유혹의 손길이 뻗쳐왔고 결국 인생을 망치는 범죄를 저지르고 말았다.

"어렵고 힘들었지만 떳떳하게 돈을 벌 때가 정말 좋았습니다.

여기서 나가면 정말 다시는 이런 유혹에 빠지지 않겠습니다.

" 김씨의 때늦은 후회의 한숨소리만 경찰 조사실을 가득 메웠다.

문현구기자 brand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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