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특별기고-그 화려한 제전

인류는 모듬살이를 시작하고부터 각종의 숱한 축제 양식을 발명해왔다.

어느 지역에서나 신분과 성별을 초월한 그 축제 양식을 좀 더 화려하고 세련되게 개발하는 작업이 꾸준히 이어져 왔고, 여러 사람들의 그런 합심과 노력이 거꾸로 힘겨운 일상의 삶을 윤택하게 가꾸는 원동력으로 기능함으로써 인류는 오늘의 찬란한 지구문명을 일궈낸 것이다.

그 기원이 말하는 대로 올림픽경기도 그런 축제 양식의 총체적 의식(儀式)이자, 지구촌의 모든 인종이 잠시나마 고달픈 일상의 짐을 훌훌 벗어버리고 그 성전(盛典)에 동참하는 성대한 제전(祭典)이다.

피부색·언어권·소속 국가 등이 달라도 지구촌의 시민이라면 누구라도 4년에 한번씩 맞게 되는 이 떠들썩하면서도 웅장한 제전의 참가자로, 또 구경꾼으로 동참하여 마음껏 환호, 박수갈채를 아끼지 않기 때문에 공식적으로도 나라 이름을 빼고 서울(1988년), 시드니(2000년), 아테네(2004년) 같은 도시명을 강조하고 있다.

바로 이 의미심장한 규정은 지구촌에서 살아가는 모든 주민을 올림픽 축제라는 단일하고 또 유일한 세계적 제전식장으로 불러들이는 팡파르에 값한다.

주지하다시피 이번의 제28회 아테네 국제올림픽대회는 지지난 세기의 끝자락에(1896년) 그 이념을 새롭게 제정하여 제1회 근대올림픽 경기대회를 개최한 바로 그 자리에서 열린다는 역사적 의의도 자못 크다. 따라서 정치색을 철저히 배제한다는 현대 올림픽 제전의 근본정신을 구현, 실천하는 계기로 삼을 수 있다는 점에서도 2004년 아테네 하계올림픽 경기대회는 기념비적인 대회일 수 있다.

모든 스포츠 경기는 보면 볼수록 재미있다. 마약이 달리 있는 게 아니라 스포츠 경기야말로 현대인의 마약이다.

찰나의 시간을 다투는 달리기 경주와 수영 경기, 촌보의 거리와 간발의 차이를 견주는 멀리뛰기와 높이뛰기와 멀리던지기 경주, 소수점 이하의 점수를 따지는 체조 경기, 한줌의 무게를 겨루는 역도 경기 등등의 개인종목에 참가하는 선수들은 그 빼어난 기량과 동작 하나하나가 인간의 그것이라기보다 무슨 기계의 부드러운 일관작업 같다.

태권도·유도·권투·레슬링·펜싱 같은 격투기 선수들은 시대를 잘 타고 났더라면 자랑스런 전사이자 혁혁한 투사였을 것이다.

동종의 프로페셔날한 세계선수권대회가 다양하게 개발됨으로써 축구·배구·농구 같은 단체경기는 그 기염이 엷어졌긴해도 박빙의 실력차에다 당일의 운수라는 우연적 요소까지 가세하기 때문에 어차피 운명적 승부 가르기가 된다.

하기야 모든 경기는 승자와 패자를 확연히 구별함으로써 한편의 운명극으로 남는다. 조물주가 그것까지 주재한다면 너무 가혹한 처사이지만 인간은 스스로가 만든 운명극을 즐김으로써 언제라도 떳떳한 패자에게 관용을 베푸는 덕목을 누린다.

서구문명의 발상지이자 인류문명의 숨겨진 보석인 그리스에서 베풀어지는 이번 아테네 하계올림픽대회에 참가하는 모든 선수들의 선전분투를 기대하면서, 특히 우리 선수들이 목에 메달을 주렁주렁 달고 개선하는 용사가 되길 바랄 따름이다.

김원우(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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