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7년간 홀어머니 봉양 예천군청 기능직 우항구씨

당뇨병으로 7년간 몸져 누운 홀어머니를 극진히 봉양하며 힘든 농삿 일과 직장생활을 거뜬히 해낸 억척스런 효자가 있다.

1인 3역의 주인공은 예천군청 우항구(34.운전기능직 9등급)씨. 효행과 선행이 남다른 그를 두고 주위에서는 운전기사, 효자, 착한 사람, 과묵한 사람, 노총각, 마음이 따뜻한 사람, 이웃에 사랑을 전하는 사람 등등 호칭도 다양하다.

"10분 뒤에 꼭 약 잡수세요. 잊어버리면 안됩니다.

" 점심 밥상을 물리고 근무시간에 맞춰 대문을 나서는 우씨의 등 뒤에는 구슬같은 땀방울이 송송 맺히곤 한다.

어머니 점심 식사를 준비하는 우씨의 손놀림은 일류 호텔 요리사 못지 않다.

따뜻한 밥과 된장찌개.오이무침에다 디저트로 준비한 과일은 임금님 밥상 부럽지 않다.

퇴근 후에도 바쁘기는 마찬가지다.

저녁상을 물리면 집에서 1㎞ 남짓한 1천500여평의 밭에 심은 고추.콩.깨 등 농작물을 돌봐야 하기 때문이다.

"자식이 부모를 모시고 봉양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닙니까." 3남6녀 중 막내인 우씨가 홀어머니를 모신 것은 지난 1998년부터. 건강하게 농사일까지 해오던 어머니가 갑자기 당뇨 합병증으로 다리와 척추수술까지 하면서부터다.

어머니 박두리(73)씨는 "남자가 부엌일을 하면 장가 못간다는데 조석으로 손에 물 넣고 있다"며 안쓰러운 마음을 드러냈다.

친구 이상만(34.예천읍 대심리)씨는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는 친구의 모습에서 감동을 받았다"며 "요즘 보기 드믄 효자"라고 극찬했다.

그러나 우씨는 "지난 2000년 아버지를 먼저 하늘나라로 보낸 어머니의 아픈 마음을 위로해 드리고 싶은 마음뿐"이라며 "앞으로 더 극진하게 봉양하겠다"고 말했다.

뭇 사람 같으면 친구들과 한창 어울리기에 바쁠 서른넷 노총각의 집안일.직장일.농삿일과 어머니에 대한 효성이, 각박한 세태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좋은 귀감이 되고 있다.

예천.마경대기자 kdm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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