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중섭 화백의 50년전 편지 발견

구상 시인에게 '가톨릭 입교 결심' 밝혀

천재화가 이중섭(李仲燮.1916∼1956년) 화백이 절친한 사이인 구상(具常.1919∼2004) 시인에게 보낸 '가톨릭에 입교하겠다줁는 내용의 편지가 50년 만에 발견돼 화제다.

이 편지는 200자 원고지 1장 분량으로, 이 화백이 작고하기 1년 전인 1955년 봄 구 시인에게 보낸 것으로 추정된다.

편지내용은 다음과 같다.

'구상 형. 구 형, 그새 얼마나 바쁘셨습니까? 제(弟)는 여러분의 두터운 사랑에 쌓여 정성껏 맑게 바로 참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제는 하느님을 믿으려고 결심을 했습니다.

구 형의 지도(指導)를 구해 가톨릭 교회에 나가 제의 모든 잘못을 씻고 예수 그리스도님의 성경을 배워 깨끗한 새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성경을 구해 매일 읽고 싶습니다.

명일(明日) 15일 오후 4시경에 사(社)로 찾아뵙겠으니 지도하여 주십시오. 제 이중섭.'

이 편지는 서울에 본사를 둔 가톨릭 월간잡지 '참 소중한 당신'의 편집이사이자 시인인 배달순(66)씨가 부산의 모 화랑 대표로부터 최근 입수한 것이다.

배씨는 "이 화백이 생전에 구상 시인에게 보낸 3통의 편지 중 현재 남아 있는 유일한 것"이라며 "이 화백이 작고하기 1년 전 개인적 좌절과 파란만장했던 삶의 고난 속에서 새로운 희망을 찾기 위해 천주교 신자가 되고 싶어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배씨는 또 "이 화백이 구 시인보다 3년 선배이지만 평소 겸손한데다 구 시인의 인품을 높이 사 편지속에서 자신을 '제', 구 시인을 '형'으로 칭했다"고 했다.

한편 조정자씨의 1971년 홍익대 석사논문 '이중섭의 생애와 예술'에 비춰볼 때 편지는 1955년 4월14일에 쓴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화백은 일제 강점기인 1936년 전위예술을 표방하던 일본 동경문화학원 미술과에 입학했으며, 유학시절 니혼대학(日本大學)에서 종교학을 공부하던 구상 시인을 만나 삶과 예술을 논하면서 인연을 맺었다.

김병구기자 k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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