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규모 뿐 아니라 경제 이론에서도 세계 최강임을 자처하는 미국이 어느 날 고개를 떨구었다.
미국이 죽을 쑤고 있는 1970년대, 일본은 놀랄만한 경제성장을 이룩한 것이다.
시장경제의 기본 원리인 '경쟁'과 '효율'과는 거리가 먼 일본이 어떻게 눈부신 성장을 할 수 있었을까. 경제학 교과서를 바꾸어야 할 지경이었다.
비로소 미국 경제학자들의 본격적인 일본 연구가 시작됐다.
▲십 수년에 걸친 연구 결과는 미국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일본 경제 힘의 원천은 대체로 '장기근속'과 '연공형 서열'인 것으로 확인된 것이다.
장기근속과 연공형 서열이라면 미국 경제학자들이 가장 비능률적인 것으로 치부하는 관료형 위계(位階)사회의 전형이 아닌가. 이런 진흙 구덩이 속에서 어떻게 꽃을 피웠단 말인가. 그러나 미국은 곧 그 원인을 찾아냈다.
일본인들은 사회나 직장에 대한 '소속감'이 남다르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이다.
▲소속감이 높다는 것은 자기만족과 연결된다.
그것은 곧 조직에 대한 '충성'을 의미한다.
우리 식으로 표현하면 '신바람'이다.
신바람은 야근(夜勤)을 마다하지 않는다.
3D업종인데도 콧노래를 부르며 일을 한다.
신바람은 달팽이도 달리게 할. 수 있다는 사실, 즉 일본식 '인간 경영'에도 효율성이 높다는 것을 미국이 깨달은 것이다.
▲그러면 한국을 보자. 한국인은 회사 소속감이 아주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자료에 따르면 "작년도 40개국 2천개 다국적 기업 직원 100만명을 조사한 결과, 한국인 직원의 경우 회사 소속감은 최저인 반면 임금은 경쟁국보다 높아 업무효율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한국 직장인의 44%가 소속회사에 애착이 없는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해 OECD가 40여 개국의 15세 학생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한국 학생의 학교 소속감은 조사 대상국 중 가장 낮았으며 학교수업 참여도는 일본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소속감 없이 학교만 부지런히 다니는 '형식주의'에 얽매여 있다는 뜻이다.
이 얼마나 비능률인가. 그러나 이것이 한국의 현실이다.
최근 수렁에 빠진 한국경제, 한민족의 저력인 '신바람'은 빠지고 '헛바람'이 든 때문은 아닌지 되돌아 볼 일이다.
윤주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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