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솔직\' 스포츠 방담

"육상은 시간 단축이 생명인데, 섹스를 그렇게 했다간 맞아 죽는다".

섹스와 스포츠의 차이점이다. 또 있다. "농구는 드리블하고 넣지만, 섹스는 넣고 나서 드리블 한다. 골프는 18홀을 다 돌면서 넣지만, 섹스는 이곳 저고 다 넣다간 '골로 간다'". 또 있다. "권투는 하체를 가격하면 반칙이지만, 섹스는 상하체를 적절히 '가격' 해야 된다.

그렇다면 섹스와 스포츠는 전혀 다른 '종목'인가. 비 오는 날 골방에서 올림픽을 관전하는 몇몇 '폐인'들이 방담을 한다. '가장 섹스어필한 스포츠가 뭘까'라는 대주제를 놓고 벌이는 대토론이다.

'츄리닝' 속에 손을 넣은 A가 입을 뗀다. "나는 아무리 봐도 레슬링인 것 같아. 레슬링은 눕혀 조르는 게임이잖아". 섹스의 전통적인 '룰'과 흡사하다는 것이다. "일단 눕히면 조르기에 들어가잖아. 꼼짝 달싹 못하지. 일단 팔과 다리가 뒤엉키잖아. 숨도 가쁘게 몰아쉬어야 되고".

그러자 옆에 있던 B가 반박한다. "유도도 그렇잖아". A가 발끈 한다 "유도는 옷이 헐렁하잖아. 레슬링은 옷이 딱 달아 붙어 홀딱 벗은 것 같잖아. 옷 입고 섹스하는 것 봤어?". B가 한마디를 내뱉는다. "급하면 옷 입고도 해".

"그래도 물이 있어야지. 다이빙이 최고지. 풍덩!". C가 다이빙 흉내를 내며 끼어든다. "입수가 최고 중요하지. 한순간의 입수를 위해 다이빙 선수는 그 많은 날을 고독과 처절하게 투쟁하잖아".

날렵한 몸놀림과 우아한 자태, 몇 차례의 테크닉을 거쳐 나오는 고난도 입수. 단 한번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총각의 섹스전선이 그렇다는 것이다. "입수하면 시원하지. 옷도 추스러야지. 무엇보다 닦아야 되잖아". A,B,C가 한꺼번에 미친놈들처럼 '하하하!' 박장대소한다.

"아냐, 최고 중요한 것은 골이잖아". B가 축구를 낸다. "왜 있잖아. 골키퍼 있다고 골 안들어가나는 말도 그렇고, 대부분 축구와 섹스를 비교하잖아". 많은 수컷들이 골문에 골을 넣자고 달려드는 것이 섹스와 비슷하다는 것이 B의 논지.

그러나 나머지 '폐인'들은 일축한다. "야, 그건 섹스가 아냐. 연애랑 비교할 때 쓰는 말이지". "섹스와 연애는 같은 것 아냐?". "아니야, 연애한다고 다 섹스하냐. 섹스했다고 다 연애한다고 하지는 않지". "연애하면 다 섹스하는 것 아냐". "아니야, 너 OO를 따라다니며 실컷 데이트해놓고는 결정적으로 못했잖아". 머쓱해진 B.

가만히 듣고 있던 D가 끼어든다. "나는 양궁인 것 같아. 정조준 없는 섹스는 없어". 그 말에 나머지가 다 한마디씩 반박한다. "그러면 배구는 안 그래?" "수구는 어떻고" "농구도 구멍에 넣잖아"... .

조용히 듣고 있던 D가 "그게 무슨 섹스야. 떼로 몰려다니며 하나에 넣는 경우가 어디 있어. 그건 떼강간이지. 무식한 수컷들". 하긴 그랬다. 그건 섹스가 아니다. 마음이 오가지 않는 섹스는 살덩어리 피스톤만 오가는 욕구분출일 뿐이다.

A가 반박한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양궁은 아닌 것 같아. 결정적으로 입을 다물고 하잖아. 입 꾹 다물고 섹스하는 것 봤어?" 나머지도 덧붙인다. "그건 그래. 섹스할 때 입이 얼마나 중요한데. 열고 있을 때가 훨 많아". "그리고 섹스는 남자가 더 잘하잖아. 근데 양궁은 여자들이 훨씬 잘해". "양궁은 여러발 쏘잖아. 섹스는 연타가 어렵지. 회복할 시간이 있어야지".

A,B,C가 일제히 다그친다. "양궁이 섹스와 같다는 것은 잘못된 거야. 아니지?". 모두 D의 한마디를 기다린다. 벽에 기대있던 D가 몸을 세우며 한마디 한다. "자국이 남잖아". 그 한마디에 어수선해진다. "섹스도 자국 안 남고 해", "나도 여러 번 했는데, 시트 깨끗했는데". 그러나 D는 고개를 가로 저으며 손으로 가리킨다. "여기, 여기에 남아. 바로 가슴에...".

나머지는 모두 피씩 웃는다. 웬 싱거운 소리 다 듣는다는 듯이. 그러나 이 논쟁은 여기서 끝난다.

건장한 체격의 여자 역도 중계가 나왔기 때문일까. 아니면 자국이 남는 섹스를 한번도 해보지 못한 탓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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