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잃었던 동심 함께 되찾아요" 대구 동시 읽는 어머니모임

각박함 속 잃었던 童心 되찾아 행복

얼마 전에 인터뷰를 했던 김열규 계명대 석좌교수는 책을 멀리하는 요즘 가정의 모습을 매우 안타까워했다.

"수백만원에 이르는 소파나 가전제품은 잘 갖춰 놓았지만 정작 '마음의 양식'이라는 책은 거실에서 찾아보기 힘듭니다.

집에서 아버지나 어머니가 책을 읽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고서 자녀들에게 책을 읽으라고 한다면 과연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요?" 특히 어린이들이 책을 가까이 하는 데에는 가정의 중심인 어머니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김 교수는 강조했다.

△ "동시를 통해 아이들의 동심을 지키자."

지난 6월 출범한 '대구 동시 읽는 어머니 모임'(이하 동시모). 어머니들이 먼저 동시와의 만남을 통해 잃었던 동심(童心)을 되찾고, 나아가 자녀들의 동심을 지키기 위해 어머니들이 앞장서 만든 단체다.

처음 20여명으로 출발했던 동시모는 매달 3, 4명씩 회원이 늘어 지금은 회원 수가 39명에 이르고 있다.

총무를 맡고 있는 박명자(39)씨는 "동시에 매력을 느껴, 또는 동시를 통해 자녀들과 교감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모임에 참여하는 어머니들이 줄을 잇고 있다"고 귀띔했다.

동시모는 홀수 월 첫째 토요일 오후에 모임을 갖고 있다.

지역 아동문학가들의 특강에 이어 그 달의 동시를 낭송하고, 동시에 대한 회원들의 감상 소감 및 토론으로 모임은 진행된다.

점층·점강 기법의 동시, 의성어·의태어가 조화된 동시, 서술형 어미가 다양한 동시 등 주제별로 그 달의 동시가 선정돼 회원들은 더욱 흥미를 느낀다.

특강으로는 권영세 동시모 회장이 '자녀들에게 왜 동시를 읽혀야 하는가', 하청호 고문이 '동시읽기의 중요성', 최춘해 고문이 '한국 명작 동시 감상'을 주제로 각각 강의했다.

모임 때마다 빠지는 회원이 거의 없을 정도로 회원들의 참여 열기가 높다.

△ 무궁무진한 동시의 매력

모임을 통해 회원들은 인간의 원초적인 마음인 동심을 노래한 동시의 매력에 푹 빠져들고 있다.

출범초부터 동시모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박영주(41)씨. 9월의 동시 중 하나인 '귀지'를 9세 된 딸에게 읽어주면서 자연스럽게 딸과 마음을 나눌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전에는 딸의 귀지를 청소해주면서 '귀지가 참 많구나'라는 말을 하는 게 고작이었지요. 그런데 귀에 들어오는 수많은 말들 중에서 쓸모 없는 말들이 모여 귀지가 됐다는 동시를 딸과 함께 읽으면서 앞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을 해야겠다고 서로 약속했습니다.

" 자녀들과 함께 5분만 동시를 같이 읽는다면 깊이 교감할 수 있다는 것이 박씨의 얘기다.

직접 동시를 쓰고 있는 오순옥(58)씨도 동시 덕분에 5, 6, 7세 된 외손녀들과 '친구'처럼 지낸단다.

"동시를 아이와 같이 읽으면서 아이들이 받는 느낌을 통해 시상을 얻기도 하지요. 어른들이 생각지도 못했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아이들을 보면서 어른인 제가 많은 것을 느끼고, 배웁니다.

" 게임이나 만화에 빠져 '거친 언어'를 쓰고, 공부에 지친 아이들을 위해 무엇인가 해야겠다는 생각에서 동시모에 가입했다는 박은숙(39)씨. "정서가 메마른 요즘 아이들에게 동시는 여러모로 도움을 주는 것 같아요. 아름다운 언어가 담긴 동시를 아이들과 함께 읽으면서 아이들의 언어가 저절로 순화되고, 정감어린 동시를 통해 아이들이 감동을 받는 것을 보면 모임에 잘 나왔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

△ 어른들도 동시를 읽어야

모임이 없는 달에도 동시모 회원들은 이메일을 통해 동시 읽기 정보를 서로 교환하는 등 분주하게 활동하고 있다.

또 문학기행 등 앞으로 활동반경도 넓힐 계획. 회원들의 바람은 어린이들은 물론 어들들도 동시를 읽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김영란(41)씨는 "어른들의 눈으로 보면 어린이들의 정서가 메마른 것으로 보일 수 있지만 어린이들의 마음 자체가 동심"이라며 "어른들이 동시를 통해 잃어버린 동심을 되찾아야 한다"고 했다.

김효순(42)씨도 "할인점 등에 동시집을 판매하는 코너가 없어 안타깝다"며 "오늘부터라도 부모가 동시집을 직접 사 자녀들과 함께 읽는다면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눌 수 있을 것"이라고 얘기했다.

동시모를 통해 동시의 매력을 알게 됐다는 김태정(39)씨는 "기회가 된다면 직접 동시를 쓸 생각"이라며 창작의욕을 내비쳤다.

시조시인으로 활동하는 조명선(38)씨는 "어린이들과 마주보고 대화를 하는 데에는 동시가 큰 도움을 준다"며 "각박한 세상 속에서 동시를 통해 어린이들은 물론 어른들도 동심을 회복해 인생의 의미와 활력을 되찾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053)959-0211. 이대현기자 s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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