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계화와 싸운다, 신경제 이후

'세계화와 싸운다'(폴 킹스노스 지음/창비 펴냄)

'신경제 이후'(더그 헨우드 지음/필맥 펴냄)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으로 군림하고 있는 미국이 전 세계를 상대로 외쳐대는 구호 중 대표적인 것이 세계화와 신경제다. 세계화(世界化·globalization)는 삶의 단위가 국가가 아닌 지구촌이 되고, 국가 간에 물자 및 인력과 정보가 자유롭게 이동되는 상태를 일컫는다.

또한 신경제(New Economy)는 전례 없는 기술발전과 조직혁신으로 경이적인 생산성 향상과 영구적 번영을 가져오는 것을 지칭한다. 정말로 '사전적 의미'처럼 세계화와 신경제는 인류의 삶을 풍요롭게 할 수 있는 방안이 되고 있을까?.

이 같은 물음에 '세계화와 싸운다'와 '신경제 이후'의 저자들은 단호하게 "노"라고 답한다. 이들은 세계화와 신경제가 갖고 있는 허구와 비도덕성 등을 조목조목 지적하면서 인류의 삶에 긍정적이지 않은 이념들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영국의 진보 잡지 '에콜로지스트'의 부편집자를 지내고,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저자가 쓴 '세계화와 싸운다'는 다섯 대륙을 둘러보면서 세계화의 만행과 이에 맞서 싸우는 전 세계 민중의 저항운동을 기록한 기행문이다. 1994년 사파티스타 혁명이 일어난 멕시코 치아파스에서 농민게릴라와 생활해 보고, 정부가 세계 자본의 눈치를 보느라 아파르트헤이트 이전보다 흑인들이 더 살기 어려워진 남아공도 찾아간다. 볼리비아, 서파푸아에서도 '세계를 획일화하는 비민주적 시장권력'인 세계화의 폐해를 고발하고 있다.

저자는 세계화를 '부자를 더욱 부유하게 만들고 빈곤층을 더욱 가난하게 만드는' 체제로 규정하고 있다. 또 세계화의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지만 그것에 대한 세계적 차원의 저항 운동 역시 점점 강해지고 있다고 파악한다. 스스로 자유롭다는 것을 아는 삶, 이 같은 삶을 살기 위해 세계화에 반대한다고 밝힌 저자는 사람들에게 세계화에 적극 맞설 것을 촉구하고 있다.

"우리는 대담해져야 한다. 우리가 꿈꾸는 모든 것을 요구하자. 있는 힘껏 외치자. 손에 넣을 때까지 멈추지 말자. 그러면 우리도 놀랄 만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우리가 세계를 놀라게 할 것이다."

독립적으로 활동하는 저널리스트인 '신경제 이후'의 저자는 고도성장과 낮은 인플레이션을 구가했던 1990년대 후반의 미국 신경제와 관련된 환상들을 하나하나 드러내며 빈곤층, 나아가 중산층의 삶이 결코 나아지지 않았음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미국에서 잠시 성공하는 듯 보였던 신경제가 사실은 자본가의 관점에서 바라봤을 때만 유효하다는 게 저자의 견해다. 신경제의 거품이 붕괴된 이후 미국의 노동자들은 생계유지를 위해 장시간 노동에 시달려야 하고, 소득분배의 불평등과 직장 내 노동통제는 신경제로 인해 오히려 강화됐다는 것이다. 특히 신경제의 발원지인 미국이 최악의 소득분배와 최악의 빈곤율을 보여주는 나라라고 꼬집고 있다.

결론적으로 저자는 신경제도 서민의 삶에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더 나쁜 종류의 자본주의일 따름이며, 미국식 경제시스템을 개발도상국에 그대로 옮겨 적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역설하고 있다. "미국식 시스템은 결코 대중에게 번영을 가져다줄 수 없다. 이 시스템은 비용을 극소화하고 주주들에게 돌아가는 이윤을 극대화하도록 설계된 것이다. 미국식 시스템은 양극화뿐 아니라 파괴적인 위기를 낳을 뿐이다."

이대현기자 s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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