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나의 고전음반 수집기

필자가 산 최초의 클래식 음반은 중학교 2학년때 동성로 서라벌 레코드점에서 구입한 정경화의 차이코프스키 바이올린 협주곡 라이센스 LP이었다.

이전에는 일명 '백판'이라고 불리는 복제판이 있었으나 음질이 조잡하였고 원반은 학생 신분으로 꿈도 꿀 수 없는 고가의 물건이었다.

당시에 음반은 1주일에 1장 정도로 출반되었으므로 구입한 레코드를 한 주일 내내 몇 번이나 듣곤 하였다.

가장 사연이 많은 음반은 헤블러의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전집이다.

그녀의 얼굴을 표지로 한 박스형 LP전집이 내 마음을 사로잡았으나 구입할 자금이 없어서 레코드점에 갈 때마다 만져 보기만 하였다.

이 모습을 본 주인 아저씨가 쾌히 외상 판매를 허락하였고 대금은 용돈과 버스비를 아껴서 갚았었다.

결혼시 아내가 약 200장의 음반을 가져와서 레코드 라이브러리가 한층 풍성하게 되었다.

본격적인 원반 수집은 1990년 초반부터였고 음악에 조예가 깊은 서석주 원장의 조언이 큰 도움이 되었다.

LP 시대가 끝나고 CD가 음반의 주인공이 되고 나서는 한동안 아쉽고도 서운한 느낌이 많았다.

LP 표지는 그 자체로도 훌륭한 예술품인 느낌을 주었고 판을 턴 테이블에 얹고 바늘을 판 위에 올리는 절차가 마치 연주 행위에 참가하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CD가 가지는 편리성에 익숙해지면서 차츰 LP보다도 많이 듣게 되니 나 자신도 시대에 적응하고 있음을 실감하고 있다.

음반 수집을 시작하는 초심자는 음악 선배의 지도와 정평 있는 음반서를 참조하여 기본적인 레퍼토리부터 구입하고 음악회에서 실연을 자주 듣고 감상 모임에도 참여하여 음반 선별 기준을 세워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김일봉 내과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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