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TV에는 굴절된 가족들로 득실거린다.
이복 형제간의 삼각 사랑 다툼, 남매간의 사랑, 입양 등 정상적인 가족의 모습은 간 곳 없고 비 정상적인 가족 관계로 넘쳐나고 있다.
시청률 경쟁에 몰린 TV 드라마들이 '가족 간의 금기'로 여겨지는 자극적 소재까지도 극적으로 꾸며 시청자의 눈길 사로잡기에 나서 비판의 소리가 높다.
TV를 통해 보여지는 드라마에서는 가족과 결혼에 대한 기존의 통념은 여지없이 무너진다.
주인공들에게는 부모의 존재는 부양해야 할 굴레에 불과하고 결혼이나 동거 같은 남녀의 결합에서도 자유롭다 못해 비정상적이다.
보호해 줄 '울타리'가 필요해 남자와 동거하고 결혼한 뒤에도 친오빠와 사랑에 빠진다.
부자(父子)간 관계도 예전 같지 않다.
친아버지는 자식에게 사고뭉치로 등장하고 자식은 이런 아버지에게 냉혹하기 짝이 없다.
남보다 못할 정도다.
서로를 아끼고 도와줘야 할 형제.자매는 드라마에서 연적으로 돌변한다.
이복자매 끼리 첫사랑을 빼앗기 위해 음모를 꾸미고, 여자에게 배신당한 남자주인공은 그녀의 쌍둥이 동생에게 청혼한다.
기존의 사회질서를 송두리째 무너뜨리고 있는 것이다.
허구와 극단적인 설정이 드라마의 속성일 수 있다고 해도 정도가 심한것이 아니냐는 것이 시청자들의 비판이다.
주부 박혜영(40.대구시 중구 대봉동)씨는 "요즈음 드라마에는 왜 그렇게 근친간의 사랑이 많은지 모르겠다" 며 "가족들이 같이 앉아서 보기가 민망할 정도" 라고 말했다.
이들 드라마들은 한결같이 가정과 가족을 신성시하는 전통적인 사고가 약화 되고 있는 현실을 보여준다지만 왜곡되고 비정상적인 소재로 시청률 경쟁에 목을 매고 있다는 지적을 면키 어렵다.
이창기 영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시청률 경쟁에 내몰린 방송사들이 자극적이면서 이색적인 소재로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끌려는 의도가 숨어있다"고 말했다.
"방송에서 여러 형태의 가족상을 보여주는 것은 사회적인 관용도가 그만큼 증가했다는 일면으로 볼 수 있지만 현재 드라마는 정도를 넘고 있는 것 같다"는 박근서 대구가톨릭대 언론 광고학부교수는 "아무리 좋은 취지라도 지나치거나 시청자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으면 문제"라고 말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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