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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가 말하는 자녀 글쓰기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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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쓴 글은 천편일률적이다.

연령에 따라 생각도 형식도 비슷하다.

발달단계에선 어쩔 수 없는 만큼 무조건 나무랄 일은 아니다.

그렇다고 내버려 둘 수도 없다.

그런데, 그래서, 그러나, 그리고 등 이어주는 말이 너무 많고 제대로 쓰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현재와 과거, 높임말과 낮춤말이 마구 섞여 있다.

남의 이야기를 자기 이야기인 것처럼 쓰는 경우도 있다.

맞춤법이 엉망인 아이, 문장부호를 제 멋대로 쓰는 아이…. 문제점을 지적하자면 끝도 없다.

그러나 그런 문제의 뒤에는 학부모가 있다.

대책은 없을까. 심후섭 대구시교육청 장학사, 권혜숙 대구문성초교 교사, 조영미 한우리 독서운동본부 대구본부장이 지난 달 30일 '어린이 글 쓰기 문제점과 대안'을 주제로 매일신문사에서 토론회를 가졌다.

◇비슷비슷한 글쓰기

아이들의 글이 엇비슷한 것은 글감이 똑같기 때문이다.

똑같이 운동회를 주제로 쓰더라도 글감이 다르면 다른 글이 나온다.

부모가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해주고, 자녀가 자기 경험을 드러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중요하다.

'운동회에 대해 써라'가 아니라 '엄마는 운동회 때 달리기만 하면 꼴찌였다, 정말 슬펐다.

너는 어떠니?'라는 식으로 접근해보자. 달리기, 줄다리기, 요란한 응원, 매스게임 등 모든 게 등장하는 글은 천편일률적일 수밖에 없다.

가장 기억에 남는 하나의 사건이나 주제를 정밀하게 쓰고, 나머지는 흐릿하게 흘려도 무방하다.

◇관심 분야는 좋은 글감

컴퓨터 게임, 만화, 텔레비전, 스포츠에만 관심이 있는 아이에게 문학적인 글을 쓰라고 강요하는 건 무리. 글의 주제가 꼭 문학적이거나 서정적일 필요는 없다.

컴퓨터와 전자오락, 인라인 스케이트와 만화 등에 대해 나름대로 글을 쓰도록 하자. 자신의 관심분야에서 무궁무진한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

◇쓸 말이 없다는 자녀

생각이 많았던 아이도 원고지나 공책을 펴면 쓸 말이 없어진다.

생각이 머릿속에만 머물지 않도록 쓰기 전에 충분한 대화를 하자. 묻고 대답하는 과정에서 아이는 생각을 키울 수 있다.

말로 나타낸 생각을 옮겨적는 것이 글쓰기라는 식으로 쉽게 접근하는 것이 좋다.

질문은 대답이 쉽고 구체적이어야 한다.

말을 끊지 않고 꼬리를 물며 대화를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상상력과 관찰력 키우기

좋은 글을 쓰려면 많이 읽어야 한다.

그러나 관찰도 다독만큼 중요하다.

제대로 관찰하지 않으면 제대로 표현할 수 없다.

3박4일 일정으로 설악산을 다녀온 아이도 제대로 관찰하지 않으면 놀이공원에 한 시간 다녀온 아이보다 더 못한 글을 쓰게 된다.

세심한 관찰과 정밀한 쓰기는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

'할머니를 보았다'가 아니라 '지팡이를 짚고, 허리가 구부러진 할머니' '머리가 하얗고, 걸음이 매우 느린 할머니를 보았다'는 글을 쓰도록 해야 한다.

◇만화에 빠진 자녀

아이들은 성장 과정에서 한번쯤 만화에 몰두한다.

무작정 만화책을 빼앗거나 찢어버려서 될 일은 아니다.

만화로 읽어도 좋을 것들이 있고, 만화로 읽지 말아야 할 것들이 따로 있다.

만화는 그림이 있어 읽는 이의 상상을 제한한다.

상상의 날개를 펴야 할 고전, 위인전은 만화로 읽지 않는 게 좋다.

그러나 기분전환을 위한 명랑 만화, 그림을 통해 이해를 돕는 과학 만화 등은 오히려 도움이 된다.

만화에 빠진 자녀 옆에는 반드시 양서를 두어야 한다.

만화와 양서를 함께 읽고, 결국 만화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도와주어야 한다.

일단 읽기에 매력을 느끼기 시작하면 아이는 만화를 즐기지 않는다.

◇균형 잡힌 글을 쓰려면

초등학생의 글은 발생한 사건, 자신이 행한 일에 한정되는 경향이 강하다.

발생한 현상과 생각을 같이 쓰도록 한다.

쓰기 힘들어 할 경우 발생한 사건을 듣고, 부모가 자녀의 당시 생각과 느낌을 묻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자녀가 쓴 글에 밑줄을 그어보자. 발생한 사건이나 자녀가 한 행동 글엔 직선, 생각 글엔 물결선. 저학년일수록 직선이 많다.

차츰 물결선이 늘어나도록 유도하자. 특히 과거와 현재 등 시제가 틀리는 경우가 많다.

이 때는 자신이 쓴 글을 큰소리로 읽게 하면 도움이 된다.

연필로 쓴 글을 소리내 읽는 과정을 통해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퇴고한다.

정리=조두진기자 earful@imaeil.com

◇ 부모가 알아두면 좋은 글쓰기 방법

1. 자녀에게 메모장을 들려주자. 새로운 사실, 느낌을 받았던 사실을 기록하도록 하자.

2. 몸으로 체험하도록 하자. 직접 체험하고 느낀 글일수록 상대에게 더 큰 감동을 줄 수 있다.

3. 글머리를 다양화하자. 매번 '나는'으로 시작하지 말자. 기후(흐린 날이었다), 기분(무척 기분 좋은 날이다), 사물(책상을 새로 샀다), 현상(강아지가 아프다), 시간(수학 시간의 일이다), 장소(골목길에서…), 내가 아닌 주인공, 속담,등으로 글머리를 시작해보자.

4. 일기에 더 충실하자. 다양한 방법의 일기를 이용하자. 신문 읽고 일기 쓰기. 독서일기. 동시일기 등. 흥미를 느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상식과 지식을 얻는다.

5. 쪽지 편지를 써 보자. 도시락 보자기 안에 편지를 쓰고 자녀가 편지로 답하게 한다.

자녀의 고민해결은 덤이다.

6. 자녀가 읽어야 할 책을 부모가 먼저 읽자. 부모는 아이들 책을 금세 읽을 수 있다.

읽고 질문을 던져 자녀가 읽고 싶도록 하자.

7. 명문장이나 꼭 읽히고 싶은 부분을 따로 복사해 '엄마 혹은 아빠에게 읽어다오' 라는 식으로 유도하자. 영상이나 인터넷이 갉아먹은 표현력을 키울 수 있다.

8. 책을 읽고 틀린 표기법을 발견하면 상을 주자. 맞춤법을 익힐 뿐만 아니라 독서효과도 얻을 수 있다.

9. 자녀의 교과서를 읽어보자. 자녀에게 요구되는 어휘 수준, 표현방법 등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자녀의 수준에 맞는 책을 고르는 데도 좋은 기준이 된다.사진: 토론에 참가한 심후섭 장학사, 권혜숙 대구문성초교

교사, 조영미 한우리 독서운동본부 대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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