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스릴만점 초경량 비행기

10일 오후 경북 칠곡군 석적면의 칠곡에어랜드 비행장. 조종석에 앉은 차승구씨가 스타트 버튼을 누르자 '휙휙휙' 프로펠러 도는 소리가 요란하게 귀청을 울리며 진동이 차씨의 몸과 지축으로 전달된다.

엔진 굉음이 커지는가 싶더니 비행기가 쏜살같이 활주로를 내달린다.

10여초도 지나지 않아 눈앞에는 푸른 하늘이 펼쳐진다.

머리가 쭈뼛서는 스릴감속에 하늘을 나는 황홀감도 함께 스며든다.

"어릴 적에 파일럿의 꿈을 뒤늦게나마 이루었습니다.

"

초경량비행기 마니아 차승구(45·건설업). 그는 조종간을 잡은 지 1년6개월밖에 안됐으나 비행경력 200시간을 넘긴 열성파다.

주말과 휴일은 물론이고 평일에도 스트레스가 쌓이는 날이면 비행장으로 달려간다

2명이 꼭 끼여 앉을 정도로 좁은 공간이지만 내부에는 조종간·속도계·고도계 등 각종 비행장치들이 달려 있어 조종자는 비행기를 모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차씨의 꿈은 경비행기로 옮아가고 있다.

그는 호주에 가서 경비행기 비행자격증을 딴 뒤 경비행기로 국내외를 마음껏 비행하는 것이 꿈이다.

또 다른 마니아 박성호(43·예비군 중대장)씨는 경력 3년에 단독 비행 35시간을 기록했다.

"처음에는 겁도 났지만 비행을 하게 된 것을 큰 행운으로 여겨요. 날씨 좋은 가을과 봄날에 창공에 떠 있는 기분은 비행을 해 본 사람이 아니면 모를 겁니다". 박씨는 나이가 들어가면서도 할 수 있는 이색 레포츠라고 소개했다.

김영호 칠곡에어랜드 대표는 "초경량 비행기는 절대 안전합니다.

일반 여객기보다 사고율도 훨씬 낮죠. 엔진이 꺼져도 활공이 가능한데다 보조엔진이 달려 있어 안전에는 문제없어요."라며 초경량 비행기에 도전해 볼 것을 권유한다.

초경량 비행기는 일반 경비행기와 많이 다르다.

우선 이착륙 거리가 100m 내로 짧은 데다 날개가 커 엔진이 꺼져도 활공이 가능하다.

동력에만 의존하는 경비행기와는 다른 장점이다.

비행 자격증은 남녀구분 없이 14세 이상이면 20시간의 실습교육을 거쳐 딸 수 있다.

교통안전공단에서 시행하는 시험을 통과하면 '초경량 비행장치 비행자격 증명서'를 준다.

비행 자격증은 전 세계적으로 인정된다.

교육비는 비싼 편. 보통 20시간 실습교육과 이론교육을 합쳐 250만~300만원선. 하지만 일단 자격증을 따고 나면 한 시간에 5만원 안팎으로 비행클럽에서 비행기를 빌려 탈 수 있다.

자격증이 없는 사람도 전문 조종사와 함께 체험 비행을 할 수 있다.

비용은 1회(20분 정도) 4만원선이다.

영남 지역에는 칠곡에어랜드(011-9597-0374)와 경남 함안의 나래비행클럽(011-546-02346) 두 곳에서 비행교육과 비행을 할 수 있다.

두 클럽에는 공무원·직장인·농부 등 100여명이 활동하고 있다.

비행취득교육은 이론 10시간에 단독비행 3시간을 포함해 비행조종 훈련 20시간으로 진행되며 보통 3~4개월 지나면 취득할 수 있다.

완전한 단독비행을 위해서는 최소 30시간 이상 훈련비행을 해야 한다.

바람이 강하거나 강우, 강설, 안개 낀 날에는 비행을 할 수 없다.

국내에는 마니아가 아니라면 대부분 어느 정도 완성품을 사다가 취향에 맞게 옵션을 추가하기도 하고 전문기술자에게 조립을 의뢰하고 있다.

가격은 2천만원에서 6천만원선이지만 비행기를 구입하는 마니아가 늘고 있다.

이춘수기자 zapper@imaeil.com사진: 칠곡 에어랜드 초경량비행기 동호회 회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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