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는 불운을 타고났다.
출산 후유증으로 엄마는 저 세상으로 떠나고, 쌍둥이 남자아이도 태어나자마자 죽었다.
집안은 대대로 지도자를 배출한 가문이다.
소녀는 가문이 기다리던 남자 후손을 죽였고, 엄마마저 죽게 하여 결국 가문의 '희망'마저 없앤 것이다.
'웨일 라이더'의 파이키아(케이샤 캐슬 휴즈)는 축복받지 못하고 태어난 한 소녀가 겪는 갈등과 화해의 성장기다.
'웨일 라이더'는 '고래를 탄 사람'이란 뜻이다.
뉴질랜드 원주민인 마오리족의 전설이다.
최초의 선조 파이키아가 고래를 타고 이 땅에 정착했으며, 언젠가 또다시 고래를 탄 사람이 나타날 것이라는 것이다.
남성중심 사회의 전통을 지키려는 할아버지와 소녀의 갈등이 중심축이다.
아들마저 떠나자 할아버지는 마을의 장남을 모아 지도자 교육을 한다.
파이키아는 아무리 영특해도 여자일 뿐이다.
완고한 할아버지는 파이키아를 내친다.
그러나 파이키아는 할아버지 몰래 혼자 수련한다.
할아버지는 그런 파이키아가 못마땅하다.
어느 날 해변가에 고래들이 떠밀려온다.
마을사람들은 힘을 모아 고래를 바다로 돌려보내려고 한다
그러나 역부족이다.
그때 파이키아가 나타난다.
'웨일 라이더'는 오랜만에 찾아온 뉴질랜드 영화다.
뉴질랜드 영화로는 제인 캠피온 감독의 '피아노'를 비롯해 리 타마호리 감독의 '전사의 후예' 등 몇몇 수작이 한국을 찾았다.
특히 '전사의 후예'는 현재 마오리족 가족이 안고 있는 애환을 짙은 휴머니즘으로 그려낸 작품이었다.
같은 마오리족을 그렸지만, '웨일 라이더'는 소녀를 주인공으로 해 훨씬 우화적이며 온화하다.
특히 케이샤 캐슬 휴즈의 연기가 관객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든다.
학예회에서 흐느끼며 가족과 지도자에 대한 웅변을 할 때는 객석까지 눈물을 젖게 한다.
이 장면은 연기라고는 배워본 적이 없는 13살(촬영 당시는 11살) 소녀를 아카데미 최연소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려놓을 수밖에 없었는지를 잘 보여준다.
호주인 아버지와 마오리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케이샤는 이 영화로 스타덤에 올랐으며, '스타워즈:에피소드3'에 캐스팅되기도 했다.
'웨일 라이더'는 위티 이히마에라의 동명 소설을 여성감독 니키 카로가 영화화했다.
뉴질랜드 청정해역의 아름다운 배경만큼이나 투명하고, 예쁜 영화다.
상영시간 101분. 전체관람가. filmtong@imaeil.com
댓글 많은 뉴스
[단독] "김정숙 소환 왜 안 했나" 묻자... 경찰의 답은
李대통령 지지율 2주 만에 8%p 하락…'특별사면' 부정평가 54%
"악수도 안 하겠다"던 정청래, 국힘 전대에 '축하난' 눈길
李대통령 "위안부 합의 뒤집으면 안 돼…일본 매우 중요"
국회 법사위원장 6선 추미애 선출…"사법개혁 완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