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환율 곤두박질...지역업체 비상

"남는 게 없어 수출주문 못받아"

환율이 끝모르게 추락하고 있다.

1천110원대가 붕괴되면서 우리 경제의 유일한 버팀목인 수출 채산성이 극도로 악화했다.

◇산업현장 치명타

대구경북지역 주력산업 모두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

이병훈 한국델파이 수출팀 부장은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신규 수출 주문을 받을 수 없다"며 "수출을 해도 남는 것이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국델파이는 올해 미국 3대 자동차회사인 포드와 부품 납품계약을 할 때 원화로 결제하기로 계약하는 한편, 유로·엔화 등 거래통화를 다양화하는 등 대책 수립에 나서고 있으나 환율 폭락 상황하에서 채산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데는 턱없이 모자란 실정이다.

섬유업계는 이런 상황에서는 아예 수출경쟁이 안된다고 하소연한다.

해외에서 시장경합을 벌이고 있는 중국, 대만, 홍콩 등은 달러 고정환율제로 환율 폭락의 회오리에서 벗어나 있는데 반해 우리는 기업들이 수출단가를 올려 채산성을 높이는 일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환율 폭락의 직격탄을 맞는 수밖에 없다는 것.

섬유업계 등 중소기업의 환대책도 미약해 300여개에 이르는 구미공단 수출업체 가운데 환변동 보험에 가입한 기업은 전체의 1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대구상공회의소는 적정환율이 섬유업계 1천260∼1천300원, 섬유기계 1천220∼1천240원, 안경테 1천220∼1천250원 등이며 현재의 환율로는 도저히 수출 채산성을 맞추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일부 업종은 손해 적어

포스코와 INI스틸 등 철강업계는 업계 특성상 수출과 수입이 동시에 이뤄지고 있어 환율 하락에 따른 손실이 크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포스코는 환율 하락으로 철강재 수출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지만 상대적으로 철광석 등 원자재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수출 결제대금을 다시 원자재 수입대금으로 사용, 환율변동에 따른 위험성이 거의 작용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INI스틸도 환율 하락으로 당장 수출 손실이 발생할 수 있지만 원재료인 고철을 상당 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수출대금을 수입대금으로 대체, 환율변동에 따른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환율변동에 따른 큰 영향은 없다"면서 "철강업계는 수입 원자재 구매비용이 수출액을 초과하기 때문에 전체 득실면에서는 나쁘지 않다"고 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대기업들의 경우, 수출전략을 마련할 때 기준환율을 달러당 1천50원에서 1천110원대로 책정해둬 현재 시점으로서는 타격이 덜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고정환율을 채택하는 중국과 경쟁하지 않는 반도체·이동통신·자동차 등 고부가가치 업종도 상대적으로 타격의 강도가 약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앞으로 더 떨어지나?

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지난 주말(5일) 종가보다 5.30원 내린 1천105.30원으로 마감됐다.

이날 환율은 외환위기 이후 최저치였던 2000년 9월4일 1천104.40원 이후 50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외환위기 이후 최저치 경신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환율은 지난 1월 평균 1천182원 수준에서 3월 1천166원으로 떨어졌으며 6월엔 1천158원까지 하락, 올해 내내 지속적인 하락세가 이어졌다.

외환시장 관계자들에 따르면 연내에 1천원대로 떨어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달러 약세기조에다 수출업체들의 수출대금 물량 유입, 중국의 위안화 절상설 등 아시아권 통화 강세가 최근의 환율 하락세를 끌어오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더욱이 재집권한 부시 대통령이 미국의 쌍둥이(재정·무역)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달러 약세 정책을 고수할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어서, 환율 하락은 계속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환율 하락이 세계 경제 흐름속에서 비롯됐기 때문에 정부가 인위적으로 개입할 소지가 적다는 점도 향후 추가적 환율하락 전망을 키우고 있다.

김성우·이상원·최경철·이재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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