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문화와 사람-e메일 통해 시조 대중화 이정환씨

"우리정서엔 역시 3장 12음보"

"시조는 이 시대의 만파식적(萬波息笛)입니다.

궁핍한 삶에 한 줄기 희망을 비춰줄 수 있는 정신적인 양식이지요."

'이정환의 아침시조'라는 이름으로 전자메일을 통해 시조 대중화 운동을 펼쳐온지 17개월째를 맞는 이정환(50·대구 용계초등학교 교사) 시조시인의 시조 예찬론이다.

"시조가 우리 호흡에 맞기 때문에 지금껏 존속하고 있고, 여전히 우리 정서와 사상과 감정을 담기에 가장 알맞은 그릇"이라는 이 시인이 아침시조 보내기 운동을 착안한 것은 지난해 6월 이른 아침 등산길에서였다.

처음에는 110여명의 지인과 제자들에게 보냈는데 "멋진 일을 시작했다", "시조문학 저변확대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는 뜻밖의 호응에 힘입어 수신자가 금방 300명에 달했다

매일 아침 컴퓨터 e메일로 전달되는 시조와 맛깔나는 해설을 읽는 재미에 독자들이 저절로 늘어난 것이다.

3개월 뒤인 10월 20일에는 아침시조 발송 100회 기념으로 '음악과 함께 하는 시조문학회'를 열 정도였다.

독자들끼리 권유와 소개로 수신자가 500명에 이르더니, 매일신문에 기사화가 된 후에는 1천명을 넘어섰다.

"저에게도 시조를 보내 주세요"란 요청이 쇄도한 것.

이 시인은 지난달 그동안 보냈던 시조들을 다시 엄선해 '@로 여는 이정환의 아침시조 100선'(혜화당)이란 책으로 엮어내기도 했다.

그 출판기념회 때는 서울과 제주에서 까지 시인과 독자들이 여러명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아침시조를 보는 사람 중에서 신춘문예에 당선되고 공모전에 입상한 사람도 없지 않아요. 그 사람들이 시조공부에 도움이 됐다며 감사의 말을 전해올 때는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 이 시인은 "우리 시조의 아름다움을 새삼 발견했다", "각박한 삶에 청량제가 되었다"는 독자들의 찬사와 같은 시인들조차도 "문학적으로 도움이 되었다"는 인사말에 가슴 뿌듯해 했다.

이 시인은 자신의 작품을 소개해 달라는 주변의 요청도 적잖았지만, 마음에 차지 않은 작품은 절대 쓰지 않았다며 그간의 고충을 털어놓기도 했다.

반면 되도록 장래가 촉망되는 젊은 시인들의 작품을 많이 반영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한다.

지난 18일 180회를 보낸 이 시인은 200회 발송을 마지막으로 아침시조 보내기를 끝낼 계획이다.

"그만 하면 됐다는 생각이 든다"는 그는 이 일도 오래 끌다보면 자칫 '문단 권력화'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편치 않았다고 한다.

현재 한국교원대 대학원에서 박사학위 논문을 준비하고 있는 이 시인은 시간이 허락하는 대로 젊은 시인들의 작품을 탐구해서 평론집이라도 한권 냈으면 하는 욕심이다.

그리고 조상들의 풍류와 정한이 담긴 고시조를 골라 '이정환이 본 고시조 100선'을 엮었으면 하는 계획도 책상 한쪽에 묻어두고 있다.

2002년 8월 펴낸 여섯번째 시조집 '가구가 운다, 나무가 운다'에 수록된 '원에 관하여 5'란 시조로 중앙시조대상을 수상한 이 시인은 동시조가 초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실리기도 한 지역의 중견시인이다.

"존재와 언어 사이에 있는 틈을 무엇으로 메우겠습니까. 시조시인은 시조로 메울 수밖에요."

그는 "3장 6구 12음보라는 정형의 틀은 디지털시대에도 여전히 우리의 사상과 감정을 넉넉히 담아낼 수 있는 그릇"이라고 강조한다.

우리 선조들이 남긴 문화유산 중 맨 앞자리에 놓고 싶은 것이 바로 시조인 것이다.

조향래기자 swordj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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