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울릉도 옛길 트레킹

늦가을에서 초겨울로 접어드는 11월 말. 가을이면 도지는 가슴앓이가 아직 끝날 줄을 모른다.

이 계절병을 어디서 어떻게 떠나보낼까. 얼얼한 바닷바람과 색다른 산책길이 있는 울릉도라면 안성맞춤일 듯하다.

이 즈음이면 울릉도엔 여름의 떠들썩한 단체관광의 야단스러움과 부산함이 없어 좀더 특별한 섬 여행을 즐길 수 있다.

잘 알려진 곳보다 숨겨놓은 명소를 찾는 특별한 여행을 원한다면 울릉도에서는 옛길 트레킹이 좋을 듯하다.

섬 일주도로가 개설되기 전 마을과 마을을 이어주던 옛길을 걷는 재미는 남다르다.

아직까지 본격 추위가 시작되지 않아 가볍게 걷기에는 딱 맞는 날씨. 몸에 땀이 밸 정도의 상쾌함을 간직한 채 울릉도를 속속들이 들여다볼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트레킹 코스는 도동항-해안산책로-행남등대-군청으로 연결되는 옛길과 내수전-북면 천부리 구간 옛길이다.

이중 도동항-행남등대 구간은 갈 때에는 해안산책로를 이용하고 되돌아올 때는 숲속으로 난 옛길을 걷기 때문에 환상적인 트레킹 코스다.

되돌아오는 길 중간쯤엔 톱날 능선 산행까지 맛볼 수 있다.

유람선 해상관광이든 순환도로를 타는 육로관광이든 판에 박힌 코스로는 결코 이만한 묘미를 주지 못한다.

2시간 정도의 트레킹 도중 왕해국과 울릉국화, 털머위, 황금동백 등 군데군데 울릉도 자생식물 군락지가 있어 생태여행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아름드리 해송 속을 걷는 송림욕과 대나무 터널 속 흙길도 편안하다.

죽도·관음도를 한눈에 내려다보는 풍경, 오징어 배가 들락거리는 저동항 등 눈길 가는 곳마다 정겹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

트레킹 끝에 맛보는 토속음식도 큰 즐거움이다.

겨울 초입이지만 아직 울릉도의 밥상엔 산나물이 가득하다.

부지깽이에다 고사리, 취나물 등을 주로 데쳐서 나물로 무치거나 국거리로 끓여 나온다.

여기에다 홍합밥과 따개비밥 한 그릇이면 가을 가슴앓이로 잃어버렸던 입맛을 되찾는 데는 그만이다.

박운석기자 stoneax@imaeil.com

사진: 행남등대로 오르는 길 양편 소나무 숲 아래에서 자생하고 있는 털머위 군락지. 산 위쪽 일부에서는 아직 노란색 꽃을 달고 있어 장관을 이룬다.

박노익기자 noi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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