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불황 술' 소주마저 판매 '주춤'

"양주 수입은 줄고, 소주 위스키도 잘 안 팔리고…."

경기침체가 잘 나가던 주류 시장에도 짙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양주 수입이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서고, '불황에 잘 팔리는 술'이라는 소주 판매까지 주춤하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 들어 10월까지 양주 수입액은 1억9천488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7% 줄었으며, 1998년 이후 처음 감소했다. 주종별로는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위스키 수입액이 10월까지 1억7천573만달러로 작년 동기 대비 15.6% 줄었고, 2000년 주류세 인하 이후 폭발적 증가세를 보였던 코냑 수입액은 같은 기간 796만달러로 36.5% 감소했다. 이 밖에 죽엽주 등 기타주류는 1천53만달러에서 803만달러로 38.1%, 브랜디는 92만달러에서 65만달러로 29.5%, 고량주는 96만달러에서 87만달러로 9.5% 줄었다. 술을 두병 이상 휴대한 채 입국하려다 세관에 적발돼 유치된 건수는 올 들어 10월까지 1만2천10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9.8% 급감했다.

불황일수록 잘 팔리던 소주 판매도 감소하고 있다. 올 9월까지 소주 판매량은 7천487만4천 상자(360㎖짜리 30병)에 그쳐 작년 동기(7천489만 상자)보다 0.02% 감소했다. 회사별로 보면 업계 1위인 진로만 소폭(1.6%) 늘어났을 뿐 금복주 등 나머지 회사들은 1∼5% 가량 줄었다.

특히 경기에 민감한 위스키는 접대비 실명제, 성매매특별법 등 연이은 악재로 직격탄을 맞았다. 위스키 판매량은 올해 10월까지 216만3천455상자(500㎖짜리 18병)로 지난해 같은 기간(270만2천859상자)에 비해 20% 줄었다. 맥주 역시 이 기간 판매량이 1억7천157만 상자(500㎖짜리 20병)로 작년 동기(1억6천711만 상자)보다 2.7% 증가하는 데 그쳤다. 더위가 심했던 올 여름 특수를 감안하면 매출 신장으로 보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설명. 업계 관계자들은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주종에 상관 없이 매출이 부진하다"며 "'서민의 술' 소주까지 잘 안 팔리는 것을 보면 그만큼 서민들 주머니 사정이 어렵다는 얘기 아니겠느냐"고 밝혔다.

이 같은 주류시장 침체로 앞다퉈 선을 보이던 신제품도 거의 출시되지 않고 있다.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은 시기에 신제품을 출시하는 모험을 감행했다가 실패할 경우 엄청난 부담으로 돌아오기 때문에 업체들이 몸을 사리는 탓이다.

국민들이 가장 즐겨 마시는 술인 소주의 경우 진로가 98년 참이슬을 출시한 이후 6년 간 신제품을 내놓지 않고 있고 두산 주류BG도 2001년에 산소주를 내놓은 것이 가장 최근 제품이다. 올 들어 선보인 신제품 소주는 국순당의 자회사인 해태앤컴퍼니가 지난 7월 출시한 1.2ℓ용량의 페트(PET)병 소주 '참순(純)'이 유일하다. 접대비 실명제와 성매매특별법 등으로 된서리를 맞은 위스키 역시 디아지오코리아와 롯데칠성이 지난 7월 각각 슈퍼프리미엄급인 '딤플 1890'과 '뉴 스카치블루 스페셜'을 출시한 것 등을 빼면 올 들어 특별한 신제품이 없다.

이대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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