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대구 창작애니메이션 메카로

얼마 전 대구에서 문화산업에 관한 심포지엄이 열려 주목을 받았다.

참가자들은 세계적으로 가장 빠른 성장을 하고 있는 문화산업이 향후 지역발전을 위한 견인차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문화콘텐츠는 중앙지배력이 워낙 강해서, 서울이라는 거대한 진입장벽과 경쟁할 수 있는 문화콘텐츠를 찾는 것이 우선과제가 되고 있다.

영화나 TV 드라마, 음반 제작과 같은 문화 콘텐츠는 이미 서울에서 확고한 뿌리를 내리고 있어 대구가 경쟁력을 갖는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게 볼 때 애니메이션 분야는 서울에서도 매우 취약한 구조를 가진 문화콘텐츠로서 우리가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국의 애니메이션 산업은 70년대 초부터 OEM(주문자 상표 부착방식) 하청생산 형식으로 시작되어 한때 세계 3위의 수출물량을 자랑하는 강국으로 급성장하였지만, 지금은 중국, 필리핀 등과 같은 후발 제작국의 낮은 인건비 전략에 밀려 사양길을 걷고 있다.

그러나 국내외적으로 케이블 TV와 위성방송 가입자가 급증하고 있고, 해외위성 애니메이션 채널까지 가세하면서 애니메이션 콘텐츠에 대한 수요는 갈수록 늘고 있어 창작 애니메이션 분야는 또다른 기회를 맞고 있기도 하다.

우리가 극장이나 TV에서 보는 애니메이션의 대부분은 미국이나 일본에서 제작한 작품들이다.

이제 우리나라도 기존의 하청생산에서 벗어나 프리 프로덕션 부문의 창의적인 인력을 양성하여 순수 창작품으로 미국과 일본의 애니메이션과 경쟁해야 하는 시기가 된 것이다.

이런 시점에서 대구 경북의 대학에서 배출되는 젊고 감각적인 창작자가 중심이 되어 10명 내외의 애니메이션 기획창작 전문회사를 지역에 다수 설립한다면 짧은 기간 내에 큰 결과를 나타낼 수도 있다.

이 분야는 이미 부천, 춘천 같은 선점도시가 있기는 하지만 아직까지는 타 지역에서 생산된 작품을 유통만 하는 라이선스 기능 정도에 머물고 있다.

대구가 국산 창작 애니메이션 기획을 주도하고 서울의 제작업체를 하청기지로 활용한다면 대구는 한국 창작애니메이션의 르네상스를 일으키는 새로운 메카로 자리잡을 수도 있다.

지금 국산 창작애니메이션 분야에서 서울과 대구는 거의 같은 출발 지점에 서 있는 것이다.

이재웅 협성 애니메이션아트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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