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한 장 남은 달력이 한 해의 끝자락을 실감케 한다.
이맘 때면 새 봄에 대한 그리움으로 유난히 설레는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일간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을 꿈꾸는 사람들. 예비 문인들이 그들이다.
문학지망생들의 등용문인 신춘문예의 계절이 어김없이 다시 찾아왔다
올해 2005년 매일신문 신춘문예(12월 9일 마감)의 문을 두드리는 역량있는 신인들의 원고가 속속 도착하고 있다.
신춘문예 응모를 위해 이 겨울 막바지 열정을 불태우고 있을 예비 문인들을 위해 심사위원을 역임한 문단의 중견작가들과 지난해 당선된 신인작가들이 전하는 메시지는 여전히 유용하다.
문학으로 삶의 전환점을 모색하려는 이들에게 선배 문인들이 전해주는 신춘문예 준비에 관한 조언과 문학적 담론을 담아봤다.
▨ 응모는 이렇게
해마다 부언하는 이야기이지만, 마감을 열흘 앞두고 응모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중복 투고의 금지'이다.
같은 원고를 다른 신춘문예에 중복 투고하거나 표절한 경우, 또는 기성 문인의 동일장르 응모는 당연히 무효로 처리된다.
최종심에 오른 작품이 다른 신춘문예나 문예지의 당선 또는 등단작으로 밝혀져 당선에서 제외된 사례가 종종 있다.
그리고 막바지 점검 사항으로 오·탈자와 맞춤법 및 띄어쓰기 확인과 분량이 많은 원고가 앞뒤로 뒤섞이지 않도록 주의할 것을 덧붙인다.
알아보기 어려운 글씨나 어수선한 원고처리도 감점의 요인이다.
요즘은 컴퓨터 워드프로세서로 깨끗이 작성한 원고가 심사위원들이 읽기에 더 편리하다는 것을 알아둬야 한다.
특히 시의 경우 원고지보다는 A4 용지가 한눈에 들어온다는 게 심사위원들의 얘기다.
글자 크기도 11,12호 정도 되는 것이 읽기에 편리하다.
우편물이 폭증하는 연말임을 감안해 마감일(9일) 마감시간(오후 6시)에 늦지않게 접수하는 것도 잊지 않아야 한다.
일간지 신춘문예 심사위원을 다년간 맡았던 작가 김원우(계명대 교수)씨가 해마다 강조했듯이 시대적인 화두를 다루는 참신한 작가정신이나 사회의 부조리에 정면 도전하는 역동적인 작가의 메시지가 늘 아쉽다.
소설가 엄창석씨는 "현대적인 문제를 치열하게 탐구하는 젊은 감각의 문장이 생각보다 적다"며 "심사위원의 눈길을 끌어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인지 작품 서두의 문장 쓰기가 오히려 부자유스러운 경우도 많다"고 지적했다.
서정윤 시인도 "'무엇을 쓸 것인가'보다는 '어떻게 쓸 것인가'에 치중해 달라"며 "기성 시인들의 작품 흉내가 아닌 나만의 개성있는 표현이 중요하다"고 했다.
젊고 참신한 신인을 고대하는 심사위원들의 공통된 목소리이다.
매일신춘문예 출신인 안도현 시인은 신춘문예는 하나의 통과의례일 뿐 결코 최종 목적지는 아니라고 강조한다.
이제까지 신춘문예를 통해 화려하게 등단했던 사람들 중에는 밤하늘 유성처럼 사라진 작가가 더 많다는 얘기다.
그러나 문학을 꿈꾸며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신춘문예는 여전히 '꿈의 공장'이라고 시인은 말한다.
"만약 신춘문예가 없다면, 누가 문학을 꿈의 한가운데에 세워두겠습니까?" 이번 신춘문예에서도 문단에 청아한 바람을 불어넣을 죽순 같은 작품을 기대해 본다.
조향래기자 swordjo@imaeil.com
▨나는 이렇게 준비했다
'조용한 가족'으로 지난해 매일신춘문예 시부문에 당선된 이동호(38)씨는 "숱한 세월의 땀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행운은 오직 한 사람의 이름만 불러줄 뿐"이라며 "당선에 대한 기다림보다는 낙선을 수용하는 자세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낙선은 어차피 넘어야할 산. 낙선의 나침반으로 어딘가에 놓여 있을 목적지를 다시 더듬어 찾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당선이 되더라도 자칫 게으름을 피우다 보면 낙선보다 더 힘든 낙제의 고통이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
단편소설 '바다로'란 작품으로 당선된 노미리(43)씨는 "문학은 오래 걸어가야 할 큰 산"이라고 한다.
"그 과정에서 향기로운 나무를 만날 수도 있고, 봉우리 위에 올라설 수도 있지만, 어쩌면 길을 잃을지도 모릅니다.
" 그러나 초발심을 간직하고 꾸준히 노력한다면, 언젠가 반드시 명작을 쓸 수 있다는 것이다.
"자신의 글을 과소평가하지 말라"고 주문한 그는 "자신의 글에 대한 열등감은 글을 쓰고자 하는 열망을 부러뜨리는 위험한 생각"이라며 "그럴 때면 감동을 준 명작들을 바라보면서 다시 기운을 내라"고 했다.
'까치밥'으로 시조부문에 당선된 이원천(50)씨는 "인터넷으로 시조와 관련된 글들을 찾아서 큰 글씨로 복사해 탐독하곤 했다"며 "설익은 작품이라도 부끄럼 없이 주위의 선배나 친구들에게 보여주고 객관적인 평가를 들으며 시조에 대한 감각을 익혔다"고 한다.
그는 "신춘문예는 수많은 응모작품 중에 단 한 편만이 영예를 차지한다"는 그는 "실패했다고 해서 좌절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여러 문학 중에서 시조를 사랑하여 시조를 짓는 사람은 이미 시조시인이라는 것이다.
'땡감나무 일기'로 동시부문에 당선된 류경일(40)씨는 "가장 중요한 것은 '감동', 즉 마음의 울림"이라고 전한다.
"첫장부터 심사위원의 관심을 확 휘어잡는 자기만의 독특한 문제, 뚜렷한 주제의식, 톡톡 튀는 상상력이나 현실을 꿰뚫는 눈, 과감한 실험정신 등의 테크닉은 부수적으로 따르는 것입니다.
"
류씨는 그래서 해당 장르에서 부단한 창작활동을 통해 일가를 이룬 고급 독자이기도 한 심사위원의 마음에 큰 울림을 줄 수 있은 작품을 쓰는 것이 당선의 지름길이라고 귀띔한다.
동화 당선자 노영희(43)씨는 "등단을 하고 나서야 신춘문예는 오직 자기의 글로만 평가받고 통과할 수 있기에 가슴 설레는 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고 한다.
그리고 신춘문예에 도전하는 신인에게, '~카더라'식의 소문에 흔들리지 말고, 자기만의 개성있는 글쓰기를 권했다.
"등단 이후, 또다시 앞이 보이지 않는 거대한 벽 앞에 홀로 서 있습니다.
" 그는 낙선을 두려워 하지말라고 했다.
낙선은 뿌리 깊은 작가가 되기 위해 건너야 할 징검다리이기 때문이다.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