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 고3 엄마입니다.
아이가 고액의 수업료를 내고 논술 학원에 다니고 있는데 너무 어려워 따라갈 수 없다며 논술 공부를 포기하려고 합니다.
좋은 방법이 없겠습니까?
답 : 수능 변별력이 떨어지면서 논술·심층면접 열풍이 몰아치고 있습니다.
아니 광풍에 가까울 정도입니다.
최근 필자는 전국과 지방에 나도는 일부 논술·심층면접 관련 자료집들을 면밀히 검토해 보았습니다.
전반적인 소감은 이러다가 수험생과 그 가정이 파탄에 이르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수험생은 절망감으로 인한 정신적 파탄을, 가정은 경제적 파탄을 겪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습니다.
한 달 남짓한 기간에 올해의 모든 시사쟁점과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철학, 과학 등 모든 분야의 그 많은 고전 작품들을 어떻게 다 정리할 수 있겠습니까?
학원 강사들의 프로필을 보면 거의 대부분이 국내 최고 명문대학의 석·박사 과정을 수료한 엘리트들입니다.
필자는 서울의 몇몇 유명학원의 강의 내용을 모니터해 보았습니다.
강의 제목만 봐도 머리가 아픕니다.
롤스의 정의론, 밀의 자유론, 마르크스의 자본론, 쿤의 과학혁명의 구조, 호머의 일리아드와 오딧세이, 노자의 도덕경, 자사의 중용 등. 어떤 학생은 하루 강의를 듣고 와서 자신이 너무 무식하다고 이불을 뒤집어쓰고 운다며 부모님이 다급하게 전화를 하기도 했습니다.
논술과 심층면접을 가르치는 선생님들께 당부합니다.
자신이 제도권 안에서 학문적으로 이루지 못한 그 모든 한을 어린 학생들을 상대로 풀려고 하지 말라고 간절히 당부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왜 그렇게 고액의 돈을 받습니까? 심지어 적정 가격을 받으면 실력 없는 강사로 취급당하기 때문에 고액을 받는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지역에서 논술 지도를 하는 분들께도 먼저 학생을 생각하자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질문하신 어머님께 말씀드립니다.
상심하지 마십시오. 학생의 반응은 지극히 정상입니다.
학생에게 전하십시오. 남은 기간 한 권이라도 제대로 읽고 정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떤 책의 줄거리와 핵심 내용을 시험 공부하듯이 암기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습니다.
제시문을 읽고 이해할 수 있는 독해력만 있으면 문제를 충분히 해결할 수 있습니다.
열심히 신문을 읽고 시사적 상식을 늘리면서 지망하고자 하는 대학의 기출문제로 직접 논술문을 써 보는 훈련을 해야 합니다.
그런 다음 선생님께 보여 첨삭 지도를 받고, 다시 고쳐 써 보는 과정을 되풀이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립니다.
학원의 잘못된 지도 때문에 학생이 실망할 필요가 없다는 점을 설명하고 격려해 주시기 바랍니다.
(송원학원 진학지도실장. ihnyo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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