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게임·정보·대형…신TV시대 열린다

2005년 12월1일. 김성일(43·대구 북구 복현동)씨는 거실에 앉아 TV 방송을 보다가 7세짜리 아들 녀석의 도전을 받는다.

스타크래프트 대결을 한판 벌여 이기는 사람의 소원을 들어주자는 제안이다.

수주전부터 벼르던 로봇을 오늘은 반드시 얻어내고야 말겠다는 게 아들의 속셈이다.

TV를 게임 모드로 바꾼 뒤 펼친 경기에서 보기좋게 완패한 김씨는 TV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아들이 원하는 로봇을 구입했다.

기껏해야 위성방송 시청이 고작인 TV가 과연 1년 만에 이 같은 놀라운 변신을 할 수 있을까. 삼성전자와 다음이 이미 수도권 4개 지역에서 TV포털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고, 내년 1/4분기쯤 상용화할 계획이므로 '바보상자'의 화려한 변신은 결코 '꿈'이 아니다.

TV포털은 방송·통신·인터넷이 융합되는 광대역통합망(Broad band)을 통해 디지털TV에서 영화·게임·음악·잡지·미디어정보 등 다양한 웹 콘텐츠를 쌍방향으로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가리킨다.

바야흐로 PC시대는 가고 TV가 생활의 중심이 되는 시대가 열리는 셈이다.

이제 TV시장은 더이상 가전회사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TV가 컴퓨터를 닮아가면서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해 가는 것을 컴퓨터 회사들이 두고 볼 리 없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PC업체인 델컴퓨터는 지난해 사명에서 컴퓨터를 떼내고 '델'로 바꿨다.

올해 42인치 PDP TV를 출시, PC 성공을 기반으로 TV를 중심으로 한 종합가전회사로 탈바꿈하겠다는 비전을 본격화했다.

델과 함께 TV 사업에 진출한 HP도 올해안에 미국시장에서 42인치 PDP TV와 32인치 LCD TV를 출시할 예정이다.

저가·물량 공세를 앞세운 중국업체와 컴퓨터 업체 도전이 잇따르면서 세계 TV시장에서 각축을 벌이는 업체는 300여개를 넘었다는 분석이다.

기술은 우리 중소기업들도 세계 최고 수준. 향토 LCD TV 전문업체 디보스(구미공단 입주)는 지난달 중순 인터넷과 멀티미디어 전용보드를 내장한 40인치 인터넷 LCD TV '아이엠TV(IMTV)'를 선보였다.

아이엠TV는 디지털 카메라를 연결한 전자앨범 편집은 물론, 리모컨을 이용해 인터넷으로 곧바로 전환할 수 있다.

리모컨 게임도 16가지나 내장되어 있다.

이레전자는 PC 기능을 구현할 수 있는 PDP TV를, 현대이미지퀘스트는 PDP TV 최초로 터치스크린을 장착한 제품을 내놓았다.

'윈도'로 책상을 장악한 MS(마이크로소프트)는 다급해졌다.

TV가 놓인 거실을 점령하지 않고 미래를 보장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달 24일 한국MS는 PC와 디지털 가전의 융합 운영체제(OS) '윈도XP미디어센터 에디션' 제품군을 대거 공개했다. 곧 조립PC 업체들의 미디어센터 PC 판매도 허용하겠다고 덧붙여 거실과 안방도 차지하겠다는 야심을 드러냈다.

심봉철 디보스 대표는 "올해 500억원대 매출이 내년에는 4~6배 뛸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신개념 TV시장에는 무한한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말했다.

석민기자 sukmi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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