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고 가는 저 기러기는/알리라,/하늘 위에 하늘이 있다./울지 않는 저 콩새는 알리라,/누가 보냈을까,/한밤에 숨어서 앙금앙금 눈 뜨는,"('달개비꽃' 전문)
지난달 29일 82세로 타계한 대여(大餘) 김춘수(金春洙) 시인의 유고시집 '달개비꽃'(현대문학)이 출간됐다. 시인이 지난 8월 4일 기도폐색으로 쓰러지기 전 손수 편집해 건네준 이번 시집에는 미발표작 '거지 황아전' 등 모두 65편이 실려 있다.
유고시집에는 쓰러지기 전까지 붓을 놓지않았던 노시인의 창작열정이 배어 있다. 절대고독과 관념을 주로 다뤘던 초기시와 달리 사실적이고 읽기 편한 시들을 만날 수 있다. 시세계는 대체로 동심으로 돌아가 있다.
"내 눈시울은 눈물에 젖고"('손을 잡는다고' 중)라거나 "가도 가도 꿈이 보이지 않았다"('불면을 위하여' 중)거나 "기다림만 제 혼자 기다리고 있다"('체 게바라' 중)거나 "제 혼자 안절부절하던"('비망' 중) 등은 의미전달 자체를 고려하지 않았던 초기시와 달리 내면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수록작 가운데 근작시들에는 죽음을 예감한 시구도 적지 않다. "잠이 든다/잠이 들면 거기가 내집,"('장 피에르 시몽' 중)이나 "여보란 말이 가까이에 와 있다"('메아리처럼' 중)거나 "어린 염소가/길을 잃고 어쩌나/나더러 함께 울어 달라고 한다."('고향으로 가는 길' 중)거나 "내 생가가 눈을 맞고 있다. 내 눈에/참 오랜만에 보인다."('강설' 중) 등에는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어서려는 노시인의 내면 풍경이 묘사돼 있다.
이번 시집에 이어 김춘수 문학의 근원을 찾아볼 수 있는 글들을 뽑아 엮은 '김춘수 대표 에세이', 김 시인이 직접 뽑은 시 50편에 최용대 화백의 그림을 곁들인 시화집이 조만간 출간될 예정이다. 144쪽. 8천원.(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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