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제칼럼-대구~구미~포항 광역경제벨트

구미의 전자부품 공장에서 일하는 오 부장은 점식식사를 끝낸 오후 1시 30분 출장길에 나섰다.

작년 말 8차로로 시원하게 확장된 고속도로를 달려 서대구 IC를 벗어나 성서공단 내 협력업체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2시쯤. 1시간 정도 협의를 끝내고 며칠 전 개통된 대구-포항 고속도로를 달려 오후4시가 안돼 포항공대에 도착했다.

미리 약속된 임 교수 연구실에서 신제품 개발에 대한 조언을 듣고 오후5시30분쯤 포항을 출발해 대구 북구 원대동의 집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6시를 조금 넘긴 시간. 얼마 전 대학입시를 치른 딸을 격려하는 가족 외식에 나서면서 오 부장은 "세상 참 많이 좋아졌구나"하는 생각에 흐뭇해졌다.

소설속 이야기가 아니다.

오는 7일이면 총연장 68.4Km의 대구-포항 고속도로가 6년8개월간의 대역사 끝에 개통의 기쁨을 맛보게 된다.

이 고속도로가 개통되면 대구와 포항은 종전 1시간 40분에서 40분으로 단축되고 구미와 대구는 20분 거리로 좁아진다.

지역 경제의 핵심 축인 세 도시가 1시간대 거리에 놓여져 반나절 생활권 시대를 열게 된다.

이 고속도로는 포항철강단지 및 2009년 완공될 영일만 신항과 구미 대구 등 내륙도시와의 산업물동량 수송을 원활하게 하고 지역발전을 촉진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건설됐는데 연간 약 1천270억원의 물류비 절감 효과가 있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또 연간 2천600억원의 운행비 절감도 기대된다.

이 중에서 대구는 '항만을 가진 내륙도시'가 돼 기계, 금속, 자동차부품 등 관련 산업과 포항 철강산업과의 연계발전을 기대하게 됐다.

포항과 동해안 지역의 관광산업도 활성화할 것이다.

환동해권의 전략적 관문(Strategic Gateway)인 포항 영일만 신항과 연계하여 경주 포항 지역과 영천 경산지역이 공동 발전하는 시너지 효과를 낳을 것으로도 전망된다.

우리는 대구-포항 고속도로 개통을 계기로 지역 업그레이드를 위한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 나가야 할 시점이다.

지난달 29일 필자가 이사장으로 있는 낙동경제포럼에서는 대구-포항 고속도로 개통에 즈음하여 정책세미나를 가졌다.

지방화 분권화가 가속화하고 지역간 경쟁이 심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역의 경제 역량을 견인할 주요 도시간의 바람직한 협력방안을 도출해 내기 위해서다.

정책세미나에서 발표자와 토론자들은 첨단산업 구축이 용이한 포항 구미와, 기업하기 좋은 도시 R&D 중심도시를 지향하는 대구가 성장동력의 축이 되어 인근 지역까지 함께 상생 발전하는 혁신적 관점에서 대구-구미-포항 광역경제벨트를 추진해야 한다는 데 대부분 공감대를 형성했다.

지역경제 규모 확대를 위해 인근 배후도시 경제권 통합을 통한 거대 도시 조성이 세계적 추세로 광역경제벨트 추진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여의도 연구소의 곽창규 박사는 구체적 실현 방안으로 (가칭) '대구포광역조합'(MUDGP: Metropolitan Union in Daegu, Gumi and Pohang)을 설립하여 지역경쟁력을 강화하고 광역계획기구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게 함을 목적으로 3개 도시간 긴밀한 협력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지방자치법에 따라 실제적인 집행력을 지닌 법인형태로 설립, 강력한 광역경제벨트를 구축해 대구의 연구개발과 부품생산, 구미지역의 대규모 전자관련 생산 및 조립단지, 포항과 창원의 기계관련 연구소 등이 연계된 골든트라이앵글(Golden Techno-triangle)을 구축해 영남권 전체의 동반발전을 이루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제안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상호간의 이기주의를 버리고 산학연 협력과 혁신형 중소기업을 활용하며 R&D 중심 벨트, 글로벌화한 부품소재 클러스터(집적화)를 중심으로 추진되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오랜 침체의 늪에 빠져있는 지역 경제에 활로를 열 수 있는 참신한 대안 제시로 세 도시의 공동이익추구를 위한 과감한 결단을 기대해 본다.

김만제 낙동경제포럼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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